이보배 기자 기자 2014.03.14 12:27:08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46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포스코 |
[프라임경제] 포스코 '권오준號'가 정식 출범했다. 포스코는 14일 서울 강남 포스코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제46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사내·사외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의결하고, 권오준 회장 후보를 제8대 포스코 회장으로 선임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권 회장을 비롯해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과 이영훈 포스코건설 부사장, 윤동준 포스코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했고 김일섭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과 선우영 법무법인 세아 대표변호사,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로 앉혔다. 기존 사내이사 중에서는 마케팅 전문가로 통하는 장인환 탄소강사업부문장이 유일하게 유임됐다.
이와 함께 제46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안건을 처리, 이사 보수 한도는 전년과 같은 70억원으로 결의했다.
이날 포스코 제8대 회장에 공식 선임된 권 회장은 "글로벌 철강시장은 매우 심각한 공급과잉으로 포스코가 자랑하던 경쟁우위도 곧 사라질 위기"라며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철강 경쟁력을 높이고 재무와 조직구조를 쇄신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철강사로 거듭나겠다"고 향후 포부를 전했다.
이어 'POSCO the Great'를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혁신 POSCO 1.0'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위대한 포스코를 창조하자'는 의미의 'POSCO the Great'는 국가경제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해 국민들로부터 사랑 받고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인류에게 제공, 세계인으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는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권 회장은 이날 현재의 위기상황을 신속히 벗어나 또 다른 50년을 준비하는 비상계획으로 '4대 혁신 어젠다'를 함께 제시했다.
먼저 "철강사업의 본원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기술과 마케팅이 융합을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포스코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게 주요골자다. 철강사업본부 내 철강솔루션센터를 만들어 고객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해양 에너지강재, 고기능후판 등 전략제품의 판매를 늘려 글로벌 철강사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다는 것.
둘째로 선택과 집중으로 미래 신성장동력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의 신사업을 추진해온 포스코는 앞으로 사업적합도, 핵심역량 보유, 시장 매력도를 기준 삼아 분석해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중단, 매각, 통합 등의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를 단행할 예정이다.
대신 미래 첨단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리튬과 니켈 등 원천소재와 연료전지, 청정석탄화학 등 친환경성장의 핵심분야인 클린에너지 사업에 그룹의 신성장 역량을 집중한다.
셋째로 사업구조 효율화와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을 약속했다. 당분간 양적 성장을 위한 신규투자는 추진하지 않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하공정 투자 등에 집중한다는 청사진이다. 이와 관련 상장요건을 갖춘 그룹사들은 적절한 시기에 기업공개나 보유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조직과 제도, 프로세스, 기업문화 등 경영인프라 쇄신을 다짐했다. 주총에 앞서 밝힌 바와 같이 현재 6개 조직부문을 4개 본부로 축소해 효율화하고 조직계층도 간소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인다는 복안이다.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제46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 포스코 |
이와 관련 지원부문 임원수를 40%로 줄이고 이 부문 직원들을 마케팅, 제철소, 해외사업 등으로 전환 배치해 성과를 높인다는 계획도 세웠다. 특히 회사 전반에 걸쳐 전문역량과 경험을 보유한 이들을 전문임원에 위치시켜 개별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매년 성과를 평가받는 제도를 도입해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분위기를 쇄신한다.
한편, 이날 주총 진행 중 사내 하청 노동자 문제로 주주들 간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70억원 규모의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한 주주가 포스코 사내하청 노동자 문제를 지적하고, 이사 보수 한도를 낮춰 사내 하청 기업 직원들에 대한 처우 확대를 요구한 것이다.
해당 주주의 발언이 길어지자 주총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발언을 중단시켰고, 발언을 마무리하지 못한 주주는 푯말을 들어 보이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모 증권사 한 주주는 "S전자의 이사 보수가 4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포스코의 이사 보수액은 낮은 수준"이라며 "포스코 이사들이 더 열심히 일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정규직 문제는 이사보수 한도 승인 의안과 상관없는 얘기라는 언급도 보탰다.
결국 사내 하청 노동자 문제를 언급한 주주의 발언은 이날 안건 승인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전국금속노조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 포스코 하청지회 조합원들이 포스코 건물 앞에서 사내하청업자의 부당해고된 자를 복직시키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