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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이색적 닮은 꼴 한화-효성 '든 자리와 난 자리'

이보배 기자 기자  2014.03.13 0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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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주 눈길을 끌었던 재계 소식 중 하나는 한화그룹의 인사 이슈였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차남 동원씨의 '한화L&C' 입사 소식이었죠. 지난 3일 한화는 동원씨가 조만간 '한화L&C'의 평직원으로 입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요.

동원씨의 직급이나 출근 날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지만 그룹 디지털마케팅팀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습니다. 공연기획사를 운영하기도 했던 동원씨가 평소 IT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이전에도 필요한 경우 그룹 관련 실무회의에 참석해 왔다는 것입니다.

그룹 총수의 아들이 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는 것은 일상다반사지만 동원씨의 경우, 아직 집행유예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관심을 모읍니다.

일각에서는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과 함께 자질·도덕성 논란도 있었습니다. 12일 현재까지도 동원씨의 입사는 이뤄지지 않았는데요. 지난주 발표 당시와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한화 측의 부연입니다.

그러고 보니 동원씨는 한화그룹 삼형제 중 차남으로 오래전부터 언론과 사회적인 관심을 받아왔는데요. 재벌가 중 삼형제, 그 중에서도 둘째에 시선이 쏠리는 그룹이 한화 말고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효성그룹입니다.

조석래 회장의 차남 현문씨(전 효성 부사장)은 작년 2월 부사장을 사임하고, 변호사로서의 새로운 인생을 선택했습니다. 이어 조 변호사는 지난해 3월 그룹 경영에서 손을 뗀다고 선언하고 효성 주식 240만주(6.83%)를 매각한 이후 올해 초 남은 효성 지분 12만주 전량을 처분하며 사실상 효성과의 연을 끊었습니다.

결국 갑오년 정초부터 국내 대기업 두 총수의 삼형제 중 한 명은 그룹을 떠났고, 다른 한 명은 그룹에 발을 들이게 됐죠. 이런 가운데 한화와 효성가 삼형제 중 둘째들은 각각 '그룹을 떠난 후'와 '들어오기 전' 루머와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는데요.

먼저 조 변호사의 경우, 그룹을 떠나기 전까지 10여년간 그룹경영에 참여하면서 많은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조 변호사가 그룹을 떠나자 수많은 소문이 양산됐습니다.

"형과의 지분경쟁에서 밀려 어쩔 수 없이 그만 뒀다", "부친인 조석래 회장에게 경영관행 개혁을 요구했다가 눈 밖에 났다"는 등의 소문이었는데요. 여기까지는 재벌가 지분·후계구도상 추측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그러나 조 변호사는 그룹을 떠난 후 효성그룹 4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회계장부 열람을 위한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전방위 법적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조 변호사가 그룹에 앙심을 품고 있다'는 얘기도 회자됐었죠.

이어 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조 변호사는 또 다른 루머에 휘말렸습니다. 효성그룹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가 이어지는 과정의 배후에 조 변호사의 제보가 있었다는 루머인데요. 당시 이 같은 루머는 일명 '찌라시'를 통해 유포되기도 했으나 조 변호사는 "전혀 사실 무근이다"며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그와 관련된 소문과 루머의 진실을 알 수는 없지만 조 변호사가 그룹을 떠난 뒤 효성그룹에 악재가 이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동원씨도 뉴스메이커이긴 합니다. 최근까지 잇단 구설수에 휘말리기는 마찬가지였죠.

특히, 지난달 11일 김 회장 역시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자숙모드'에 들어간 상황에서의 동원씨 입사는 시기나 여론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닮은 듯 다른 두 재벌가 삼형제 중 둘째에 대해 얘기해봤는데요. 속담 중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지요. 효성그룹 둘째아들 조 변호사는 난 자리로 기억될까요? 아니면 반대로 한화그룹 둘째아들 동원씨가 든 자리를 알게 해줄까요?

두 사람의 향후 행보가 여전히 관심을 끌어올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일단은 한화 측 관계자의 언급처럼 "그동안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지만 처벌도 받았고, 본인 스스로 책임도 느끼고 있으니 과거의 일은 잊고 새롭게 출발하는데 응원해 달라"는 주문을 따라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