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태원의 '스모키 살룬'과 신사동 '델리하인츠버거', 판교 '위치스키친'. 요즘 핫한 수제버거 전문점들이다. 이들 가게에서 판매하는 수제버거는 1만원대에 육박하는 고가지만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다.
그렇다면 막강한 자금력과 브랜드 파워를 앞세운 대기업, 외식업체들의 수제버거시장 진출 성적은 어떨까? 한마디로 '참담한 수준'이다.
국내 수제버거 시장은 1998년 론칭한 크라제버거를 중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후 유수 대기업, 외식업체들도 시장 전망이 밝다는 판단 아래 속속 수제버거 브랜드를 내놨다. 2010년 '버거헌터'를 선보인 아워홈을 시작으로, 이후 신세계가 '자니로켓', CJ푸드빌이 '빕스버거'를 론칭했다. 또한 매일유업이 '골든버거리퍼블릭을, 홈플러스는 '더 버거'를 내놨다.
당시 업체들은 "롯데리아 등 패스트푸드전문점에서 선보이는 일반 버거의 성장세가 이어지며 소비자 니즈가 다양해질 것"이라고 수제버거 시장을 분석했다. 이 같은 니즈에 부합하고자 프리미엄격인 수제버거 시장에 사업자들이 뛰어들 것이라는 긍정적 관측이었다.
◆가격저항력 거센 수제버거 "대중화 힘들어"
당초 예상과 달리 국내 수제버거 시장은 괄목할 만한 성장곡선을 그리지 못했다. 전체 버거시장에서도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는 등 일반버거의 공세에 맥도 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이들 수제버거 브랜드들은 사업 확장을 포기하거나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크라제버거는 본사인 크라제인터내셔날이 재무건전성 악화로 기업회생을 신청해 향후 사업방향은 안개속이다. 자니로켓은 신세계백화점 등 숍인숍 형태로 운영되는데 만족하고 있으며 매일유업의 골든버거리퍼블릭은 2개 점포만 운영 중이다. 빕스버거는 2개 점포 중 한 개 점포가 폐점하며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
1998년 론칭해 국내 수제버거 시장을 개척한 크라제버거. 크라제버거는 재무구조 악화로 지난해 기업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 크라제인터내셔날 |
이와 관련 이상헌 창업경영연구소 소장은 "수제버거는 제품 퀄리티 대비해서도 가격이 높아 대중적 시장이 되기 어렵다"며 "이런 아이템을 대중화, 다점포 전략을 추구하는 대기업, 외식업체의 프랜차이즈 전략으로 실행하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이 직접 투자하고 운영하는 수제버거 전문점의 경우 제품 구성부터 마케팅을 개인이 직접 결정해 그만큼 가격경쟁력이 있지만 대기업, 외식업체 수제버거 브랜드는 원부재료 유통마진 대비 본사 운영경비가 부담이 커 이를 조달하기 녹록치 않아 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수제버거시장 '이미 둔화'
대기업, 외식업체들을 위시한 향후 수제버거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버거헌터 매장. ⓒ 아워홈 |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2조원 규모의 전체 버거시장 중 수제버거가 차지하는 파이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크라제버거를 시작으로 수제버거가 잠깐 붐업됐지만 이를 이어가지 못해 지금은 침체된 상태"라고 말했다.
또한 "기존 업체들이 대중성을 짐작하기 힘든 수제버거 아이템을 선택한데 더해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점포전략으로 매출 하락을 겪었다"며 "그 중 버거헌터처럼 가격을 낮추고 대중화를 노린 브랜드도 있지만 소비 니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큰 성장을 이루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