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지 기자 기자 2014.03.12 15:07:50
[프라임경제] 3000억원대 금융대출사기 사건과 연루된 네트워크 엔지니어링 전문회사 KT ENS가 12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KT ENS는 루마니아 태양광사업자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기업어음(CP) 491억원의 보증 요청에 응하기 어렵다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금융대출사기사건 발생 후 금융권 투자심리 위축으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해 자금 여유가 없다는 것.
이날 강석 KT ENS 대표이사는 "지난달 20일 만기도래한 CP 453억원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한 후에도 보증이행은 계속됐다"며 "주관사를 통한 기존 투자자 설득과는 별도로 신규 투자자 유치 및 KT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결국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은행권과 업계에서는 KT ENS의 '꼬리 자르기' '꼼수'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KT ENS는 KT의 100% 자회사로 KT가 KT ENS에 자금 지원 후 손실을 보게 되면, 계열사 부당지원·배임논란에 처할 수 있다. 지원하지 않는다면 꼬리 자르기라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강 대표는 "꼬리 자르기가 아니다"며 "KT에 자금지원 요청이 아닌 새로운 주관사를 찾는 부탁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강 대표에 따르면 연말까지 KT ENS에 도래하는 기업어음은 1500억원이며, KT의 자금지원으로 상황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번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KT ENS 직원 4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 문제와 루마니아 태양광사업 진행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강석 KT ENS 대표이사는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갑작스런 급융권의 투자경색 분위기를 설득하지 못하고 기업회생 절차를 선택, 협력사와 투자자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 프라임경제 |
-KT가 지원을 거절한 구체적 이유는?
▲KT ENS의 태양광사업 구조는 발전사업자가 SPC(유동화전문특수목적회사)를 만들고 PF를 활용하는 구조다. PF는 금융기관이 만들고 KT ENS는 구축을 맡는다. 지난 2009년부터 태양광 사업을 구축해왔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구축 전문회사로 인식하고 있다.
금융기관에서는 구축 업무를 주는 대신 구축 후 사업이 잘못된다거나 효율이 안 나올 때 채무보증을 요구하는 약정을 맺는다. 대출사기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정상적으로 사업이 굴러가는 구조였다. 지금까지 차환이 들어왔을 때마다 해결했었다. 루미니아 태양광발전소 사업도 17차례에 걸쳐 롤오버가 됐다.
KT에 요구했던 사항은 사업을 주관한 주관사에서 새로운 차환 발행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기에 그것을 찾는 역할이었다. 우리는 자금을 모아 만기 도래한 453억원을 상환한 바 있다. 당시 12일까지는 20일 정도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새로운 주관사를 선정해 가져가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촉박해 현재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KT에서 KT ENS를 지원하려면 사업성을 비롯한 모든 부분을 검토하고 분석해야 한다. 채무 보증이 들어오는 시간은 보통 1주일~20일 정도로 짧다. 반면, 사업성을 분석하는 데는 3~4달이 걸린다. 이 때문에 KT도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였다고 본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금융권과 태양광사업 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KT ENS가 사업을 계속 가져가는 조건을 금융권에서 제안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법정관리로 급선회한 배경은 무엇인가.
▲현재 주관사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데 실패했다.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차례 협상을 진행하며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데 노력해 왔다.
주관사는 만기 시점 이전에 자금을 넣어줘야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새로운 투자자가 없는 상황이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지게 된 것. 법정관리를 의도적으로 결정한 것은 아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KT ENS는 금융기관 등을 만나는 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시장에서는 신임 회장이 취임하면서 전 회장과의 관계를 끊기 위한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만기가 돌아왔는데 연장이 가능했음에도 대출사기 관련 금융권의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 아닌지.
▲꼬리 자르기는 아니다. 사업성은 상당히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사업성이 어느 정도 보이면 리파이낸싱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서 빠져나가는 구조다. 루마니아 사업의 경우, 2~3년 정도 지나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다. 현재도 이자나 대출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고, 1~2년만 추가로 더 사업을 진행하면 좋은 사업구조의 모습이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간이 있었다면, 사업 정상화에 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KT ENS는 전문 회사이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능력을 믿고 사업을 준 것이다. 대출사기 사건은 검찰 조사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당사보다는 금융기관 잘못이 더 큰 것으로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CP를 발행하고 설계한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이로 인해 향후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앞서서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KT에 요청한 부분은 정확히 무엇인가. KT가 자금지원을 하지 못한 부분이 주관사가 루마니아 담보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또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졌을 때도 루마니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인가.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이 아니라 새 주관사를 찾아 달라는 부탁이었다. 사업성에는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하기에 부탁하지 않았다. KT에서 자금까지 지원한다면 사업성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루마니에서 실사를 간 금융기관이 보증을 잡아야 하는 한두 가지 미스가 있었다.
루마니아 사업은 구축해서 발전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발전사업자 2개 회사와 새로운 금융기관을 찾던지, 또 다른 사업자에게 리파이낸싱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루마니아 발전소 효율 등에는 문제가 없다.
-왜 KT에 자금지원을 왜 요청하지 않았는가.
▲자금지원으로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채무보증은 발전 용량이 덜 나오거나 효율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금융권의 동시 다발의 채무 변제 요구는 금년 말까지 1500억 원 정도다. 그 돈을 KT에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번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인한 내부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법원과의 협의 문제다. 프로젝트 계약직까지 포함해 내부 인력은 410명 정도다. 주로 KT 네트워크통합(NI) 사업이다. 지난 2004년부터 계속 사업을 진행해 왔던 부분이기 때문에 일거리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구조조정을 필요로 하는 유휴인력은 없다고 본다. 다만, 추후 법원과 협의하면서 자구노력을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겠다.
-CP 발생 투자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가. 주관사 선정 때 내부 검토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담보설정 같은 부분이 명확하게 어느 정도 돼 있는지 집중하기 보다는 사업성에 중점을 둔다. 이 부분에 실수한 것은 사실이다. KT 외부 금융기관에서도 사업성에 대한 이슈 제기는 없다. 조속히 법원과 협의해 리파이낸싱 쪽으로 갈 것이다. 시간은 소요되겠지만 채권자들의 원금 회수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투자자 비중은 개인과 기관 각각 2:1이다.
-금융사들은 뒤통수를 맞았다는 반응이다. 돈을 빌려준 은행들은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한다.
▲구조로 보면 금융기관이 우리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SPC에 돈을 빌려주는 구조다. 우리는 구축을 하고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채무보증을 하는 구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