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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로보노] 내 시선이 머무는 곳

장주희 CBS 홍보팀장 기자  2014.03.12 10:3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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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아이 엄마가 되며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후배처럼 나도 내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것을 보게 될 것이다. 20년 동안 한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아나운서'라는 이름으로 살아 온 시간들.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입술'에 주목했다. 그들의 말을 듣느라 '귀'가 예민해졌다.
 
시간이 잠깐씩 남을 때면 핸드폰을 켠다. 핸드폰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다. 뭔가 허전함이 느껴질 때 나를 위안해줄 도구가 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시선 맞출 곳이 마땅치 않을 때, 식사주문을 하고 나올 때를 기다리는 그 잠깐 시간동안의 침묵이 어색해질 때, 핸드폰을 켜고 뒤적이게 된다. 
 
예전에는 봤던 문자를 열어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괜히 버튼을 만지작거렸는데 요즘에는 그 잠깐 시간동안에 '페이스북'을 본다. 딱이다. 잠깐 동안의 시간동안에 새로 올라온 친구들의 소식을 눈팅하고 '좋아요'를 한번 눌러준다. 
 
작정하고 컴퓨터에 앉아 페이스북을 본다면 그건 지루한 노동이 되겠지만 잠깐 동안 나누는 그 교감의 시간은 달콤하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친구'의 소식을 듣고 마음을 나눈다. 
 
10년 전 4살 때 외국에 이민을 간 친구의 아들이 껑충 키가 커 드럼을 치는 모습을 페이스북을 통해 보게 되고, 졸업한 후 소식이 끊겼던 학교 선배가 중년의 아저씨가 되어 인사를 전해오기도 한다. 재미있다.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사람들과 분명 같은 사람들인데도 참 낯설게 느껴진다.
 
내가 알고 있는 그는 '과거'의 시간에 묶여 있지만 '오늘' 그는 날마다 변화하고 진화한다. 지금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생하게 '현재진행형'으로 페이스북을 통해 중계되는 것이다. 
 
그가 지금 어디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그의 담벼락에 올라오는 글과 사진들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간다. 뭐만 먹으면 사진을 찍어 올리는 친구는 매끼니 식사를 중계한다. 오늘 점심은 어디에서 무얼 먹었는지, 저녁에는 어디에서 누구와 무얼 먹고 있는지, 나는 그의 식탁에 매번 초대를 받는다.
 
정년퇴임하시고 언덕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유유자적 사는 선배는 집 근처에서 만나는 야생화를 하나하나 친절하게 우리에게도 소개한다. 정치적인 관심이 많은 친구의 페이스북은 언제나 들끓는 감정으로 뜨겁다. 사안 사안마다 본인의 입장이 어떠한지, 왜 그런 입장인지를 때로는 강렬한 한마디로, 때로는 장문의 논문처럼 절절하게 토해낸다. 친구의 담벼락은 그렇게 친구가 요즘 어디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내준다.    
 
오늘 나는 어디에 꽂혀 있는가? 내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어디인가? 아이 엄마가 되며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진 후배처럼 나도 내가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것을 보게 될 것이다. 20년 동안 한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아나운서'라는 이름으로 살아 온 시간들.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입술'에 주목했다. 그들의 말을 듣느라 '귀'가 예민해졌다. 그렇게 '아나운서'로 살아온 20년 생활을 정리하고 회사 내 홍보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일주일. 아직 업무인수인계도 제대로 되지 않아 어리버리한 상태지만 내 시선이 달라지고 있음을 느낀다. 
 
회사 내 곳곳에 붙어 있는 홍보물들을 찬찬히 뜯어보고, 다른 회사의 홍보성 기사들에 눈이 간다. 광고 하나도 꼭꼭 되짚어 보며 회사 로고, 전단지도 왠지 한 번 더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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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으로 책상을 옮기고 곁에 있는 사람들이 바뀌고, 내가 맡은 일이 달라지고, 그러자 내 시선이 바뀐다. 내 페이스북 담벼락도 달라진다고… 누군가는 느끼려나?  
 
장주희 CBS 홍보팀장 / 전 CBS 아나운서 / 한국코치협회 KAC인증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