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가장 맛좋고 인기높은 상품이 최상의 상품은 아닌 경우가 많다. 게맛살은 진짜 게살로 만들지 않지만 맛이나 식감면에서 가성비가 우수해 요리재료로 널리 활용하기 적당하다. 커피 크리머는 뽀얀 생크림 못지 않게 커피의 풍미를 더할 수 있으면서도 보관 등의 장점이 탁월해 대신 널리 쓰인다. 이런 식품을 일본어에서는 고마카시(ごまかし, 속임수) 식품이라고 부른다. 웰빙시대에는 환영받지 못할 수 있겠으나, 고마카시를 잘 활용하는 것이 식품업의 사업 성공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비단 식품업에서만이 아니라 복잡한 여러 요소가 어우러지는 영역일수록 이 같은 요소들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의 욕구와 주머니 사정을 잘 조화시키는 게 소비자와 사업자의 '윈-윈'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고마카시를 잘 활용하려면 또 다른 고마카시(こまかしい, 자잘하고 자세하다)에도 능해야 한다는 점으로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여러 영역에서 유수의 메이커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특히 카메라 면에서 시선을 끄는 발전이 적지 않다. 미러리스 카메라 등 도전에 이어 스마트폰에서도 카메라 문제가 이슈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떨림방지탑재 고객 기대감 대신 화소수 치고나가기 공략
삼성전자의 갤럭시S5의 경우 당초 OIS(광학식 손떨림 보정) 카메라모듈이 장착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이 있었으나 세간의 이 같은 전망은 일단 비껴간 상태다.
OIS 카메라모듈을 탑재하려면 부피 문제가 있다는 점도 거론되지만, 방수기능을 넣어 부피가 전작보다 커진 점을 감안하면 비용 문제를 함께 고려한 결단으로 보는 게 오히려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OIS 카메라모듈은 생산비가 일반 제품보다 상대적 고가이므로, 삼성전자가 전반적인 제품성능과 생산비용 등을 고려해 부품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대신 삼성전자는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갤럭시S5 언팩행사에서 1600만화소 카메라모듈의 기능을 유독 강조하는 등 화소 경쟁이라는 새 키워드를 부각시켰다. 800만화소 카메라모듈 이후 화소 경쟁에 크게 열을 올리지 않는 애플과 대비되는 대목이며 화소 경쟁을 본격화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 같은 행보는 고착화된 전선에서의 도발이기도 하지만, 새 국면을 열기 위해 교두보로 사용하겠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자 경쟁자와 선명한 대비를 노릴 수 있는 곳에 포인트를 둠으로써 비용 대비 가장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낸 사례로 볼 수 있다.
◆미러리스카메라, 틈새시장까지 끌어안는 데 주안점
미러리스 카메라는 본체 속에 거울이 없는 카메라다. 렌즈에서 들어온 빛을 바로 이미지 센서에 전달하는 방식이므로 거울이 없어도 된다. 내부에 거울이 있는 DSLR 카메라보다 작고 가볍게 설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센서에 따라 노이즈가 발생하는 등 화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삼성전자 모델들이 2월 국내에 출시한 프리미엄 미러리스 스마트카메라 'NX30'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
소니는 지난해 성장성이 높은 카메라 위주의 디지털 이미징 사업 전략을 공개, 카메라 시장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하면서 미러리스 및 하이엔드 양면 공략을 시도했다. 올림푸스의 경우도 신형 하이엔드 콤팩트 카메라 '스타일러스1'을 올해 들어 발표했다.
이렇게 일본 메이커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엔드와 미러리스 쪽의 쌍끌이 공세를 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라인업 강화를 통해 소비자들을 공략할 방침이라 관심을 모은다. 선택폭이 넓어진 것 같으면서도 정확히 어떤 제품이 가장 적당한지 오히려 혼란스러울 수 있는 점을 감안, 여러 장점을 아우른 제품을 내놓아 시장에 어필한다는 복안으로 읽힌다.
삼성은 스마트 기능을 넣은 제품을 선보인데 이어 향후 새로운 미러리스 카메라에는 이미지 센서를 이전 미러리스 제품에 탑재했던 것보다 소형화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이즈 감소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 IT매체인 시나테크 보도한 것처럼 회전할 수 있는 미러팝 터치 스크린을 장착하는 등으로 렌즈 교체를 가능케 하면서 콤팩트 카메라처럼 편의성을 모두 갖춘다는 것이다.
참고로, 소니는 DSLR과 미러리스를 하나의 트렌드로 묶기 위해 '알파' 브랜드 통합을 추진한 것으로 회자되는데 이는 삼성의 이번 새 미러리스 작품의 방향과는 각도면에서 약간 다른 방안이다. 미러리스와 콤팩트를 아우름으로써 하이엔드급 수요를 미러리스로 당기겠다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다만 수요층의 요구와 셈법이 복잡해지는 시장 상황을 파악, 디테일하게(こまかしい) 공략을 하겠다는 점에서는 알파 브랜드 통합과 '작은 미러리스'라는 새 제품의 지향점이 추구하는 정신이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미러리스 시장에서 벌어진 소니와의 격차를 메우는 문제와 상향 평준화 경향이 나날이 심해져 경쟁 제품들과의 차별화를 꾀하는 게 어려운 스마트폰 시장의 상황을 타개하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이런 점에서 삼성이 치열한 아이디어로 제품 포지셔닝을 시도하는 가운데 '통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향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