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선언을 한 예비후보들의 출판기념회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출판기념회가 사실상 출마를 알리는 출정식의 통로이자 선거자금을 모으는 수단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이미 모두 알고 계실 텐데요. 때문에 자신의 책을 알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세(勢)를 과시하는데 힘을 쏟는 정치인도 꽤 많습니다.
90일 정도 남은 선거 탓일까요. 출판기념회 방문객의 숫자가 공천의 셈법이 된다는 얘기가 회자되는 만큼 최근 몇몇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보니 분위기가 남달랐습니다.
보통 출판기념회는 당사자의 인사말과 가까운 지인 몇몇의 축사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최근 참석한 출판기념회에서는 어림잡아 10여명 정도가 축사를 전했습니다. 한 두명을 제외하면 모두 정치인이었는데요.
한명씩 단상에 올라 예비후보의 지난 업적(?)을 칭찬하고, 방문객들에게 그를 지지해줄 것을 다짐 받는 식으로 출판기념회가 진행됐습니다. 일부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가 아니라 '출정식'을 축하한다고 대놓고 표현하더군요. 또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몇몇 정치인들은 영상물을 통해 출판기념회를 축하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축사를 전한 일부 정치인들은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 관련된 언급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어필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정치인의 경우 많은 방문객들이 모인 출판기념회는 자기를 알릴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준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사회자의 갑작스러운 축사 호명에도 "축사를 하게 되서 영광"이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놀라운 점은 또 있었습니다. 바로 방문객들의 반응인데요. 축사를 하는 정치인이나 예비후보 본인의 인사말 중 목소리가 격앙되는 부분에서는 예비후보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습니다. 수백명이 동시에 이름 석자를 연호하니 분위기가 묘하게 돌아갔습니다. 예비후보의 지지자가 아니라 객관적인 입장에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저는 방문객들의 우렁찬 연호에 종교단체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출판기념회의 주인공인 예비후보와 그를 지지하는 방문객들, 또 그를 응원하는 동료 정치인들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움을 표하며 출판기념회를 마무리했는데요. 글쎄요. 저는 그들만의 잔치에 초대된 불청객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