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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특허괴물식 몽니 기각시킨 4요소론 의의는?

삼성 구형 스마트폰 영구 판매 금지 요청 기각, 종합적 판단 부각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3.07 08:5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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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삼성의 구형 스마트폰 등을 영구 판매 금지해 달라는 주장이 미국 법원에서 퇴짜를 맞으면서 대미 제품 판매는 물론 향후 소송의 전반적인 판세 등에도 청신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은 애플이 제기한 이 같은 소송을 기각했다. 삼성의 구형 스마트폰 등 23개 품목에 대한 미국 내 판매 금지를 요구했지만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재판을 맡은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이 삼성의 특허 침해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기본틀: '터치 스크린 기술'은 영원히 애플만의 것?

이 소송을 이해하려면 먼저 2012년 삼성이 아이폰의 터치 스크린 관련 특허들을 침해했다는 애플의 주장부터 살펴 봐야 한다. 이 주장은 당시 배심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 인정됐다. 

그리고 이번에 판결을 내린 고 판사가 이미 우리 시민들에게도 전혀 생소하지 않은 것도 고 판사가 삼성에 불리한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고 판사는 이때 별도의 결정을 통해 삼성이 애플에 지불해야 할 손해배상금을 9억3000만달러로 확정한 바 있다.
   특허를 매개로 애플과 삼성의 끈질긴 법정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구 판매 금지를 요청한 애플측 주장을 미 연방지방법원이 인정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소송 파괴력을 모두 줄이는 효과까지는 없겠으나, 삼성에는 한층 유리한 쪽으로 지형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전망된다. ⓒ 프라임경제  
특허를 매개로 애플과 삼성의 끈질긴 법정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구 판매 금지를 요청한 애플측 주장을 미 연방지방법원이 인정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소송 파괴력을 모두 줄이는 효과까지는 없겠으나, 삼성에는 한층 유리한 쪽으로 지형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전망된다. ⓒ 프라임경제

즉, 터치 스크린 특허들을 침해했다는 애플의 주장이 인정됐고 배상도 확정되는 등 애플이 파죽지세로 몰아붙이는 구도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영구히 판매를 금지해 달라는 요청만큼은 고 판사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는 기술을 정당히 돈을 주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기본틀로 삼아야 한다는 근래 미국 법조계의 확립된 태도 때문이다.

무조건 특허권을 가진 측이라 해도 경쟁사나 후발 주자들을 압살하는 목적으로 이를 활용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미 연방대법원은 2006년 이베이의 '즉시구매(but-it-now)' 기능의 영구적 사용 금지 요청에 대해 기준이 되는 판결을 한 바 있다. 이번에 거론된 회복이 불가능한 손해 개념 역시 이때 같이 언급된 요소 중 하나다.

4요소 판단의 새 틀: 회복 불가능한 손해와 충분한 법적 구제

이 즉시구매 기능은 머크익스체인지 설립자 톰 울슨이 소유하고 있는 특허 2개를 침해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특허를 침해했다고 해도 영구적 사용 금지보다는 배상 등을 통한 공공적 기능 창출에 더 방점을 찍어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게 요즈음의 추세다.

이 이베이 사건에서는 종전 판례보다 더 높은 기준인 4요소 테스트(four-factor test)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회복 불가능한 손해가 있었는지, 손해를 보상하기 위한 법적 구제가 불충분했는지, 당사자 간 불이익의 형량은 됐는지 그리고 공공 이익을 고려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것이다.

이처럼 '특허전쟁'의 부작용을 줄이는 쪽으로 사회적 시스템이 진화하는 중이며 고 판사의 이번 판단 역시 이에 기반한 것으로 읽힌다.

이는 비단 특허를 악용해 소송을 걸고 돈을 버는 데 주안점을 두는 이른바 '특허괴물'들의 행각 뿐만 아니라 애플 등 일반 기업이 혁신적인 기술, 첨단을 달리는 비장의 무기를 쥐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영구히 다른 기업의 행보를 막는 '화수분'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이번 일은 삼성과 애플이 앞으로 벌이는 모든 분쟁에 대해서도 상당한 전략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31일 삼성의 갤럭시 S3도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애플의 소송으로 또 법정 공방을 벌이게 되는 등 분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나, 삼성으로서는 상당히 숨통을 트이게 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