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엔저를 앞세운 일본브랜드를 비롯한 경쟁사들의 거센 공세로 믿었던 해외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해외 판매실적 부진에 따른 긴급 현지점검 및 격려 차원에서 정몽구 회장은 유럽, 정의선 부회장은 미국을 챙기는 등 잇따라 해외를 찾아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4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유럽을 선택했으며, 이는 5개월 만에 유럽을 다시 찾은 것이다. 특히 정 회장은 유럽 4개국에 있는 현대·기아차의 공장 및 판매법인, 연구소 등을 사흘 만에 둘러보는 강행군을 펼쳤다.
이러한 행보는 현지시장에서 현대차의 판매가 주춤한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뒷받침된 것으로, 유럽 자동차시장의 회복세에 맞춰 생산과 판매전략을 가다듬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된다.
실제 정 회장은 "올해부터는 유럽시장의 수요가 증대되고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과거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생산과 판매 전 분야에서 전열을 재정비해 새로운 경쟁을 준비하자"고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이어 "지난 6년이 판매를 확대하는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이제까지의 성과를 유지하고, 기본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에 굳건히 뿌리를 내려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현대·기아차는 금융위기와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지난 6년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두 자릿수 판매 증가를 일궈내며 승승장구했다.
최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경기회복 국면에 진입한 유럽을 찾아 현대·기아차의 유럽시장 전열 재정비를 강조했다. ⓒ 현대자동차 |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의 이번 유럽방문은 위기의식을 강조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며 "침체에 빠졌던 유럽 자동차시장이 차츰 회복하면서 전체적으로 판매량이 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만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제네바 모터쇼가 진행되고 있지만 모터쇼 방문 일정이 없다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유럽이 가장 까다로운 시장이기도하고 6년간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했던 유럽 자동차시장이 올해부터 회복기에 접어드는 지금 분위기를 다잡지 않으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을 보탰다.
이에 앞서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달 17일 미국으로 출국한 뒤 현대차 북미공장과 캘리포니아 법인 등을 방문해 미국 생산현장과 시장상황 등을 점검했다. 미국 방문 역시 작년 현대·기아차가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품질논란과 함께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 자동차시장은 7.5% 성장했지만 현대·기아차 판매량은 0.4% 후퇴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소비자조사기관인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2014 자동차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현대차는 전년에 비해 네 계단 하락한 19위로 처졌다.
더불어 미국 자동차전문 시장조사업체 JD파워가 31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한 '2014년 차량 내구품질조사'에서도 현대차는 지난해에 비해 5계단이나 밀리면서 27위에 그치는 등 브랜드 가치 수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업계는 이런 상황에 전개되는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정 회장의 강조사항인 '품질경영'에 적신호가 켜지자 정 부회장이 직접 미국까지 날아가 현장을 독려하면서 머리를 맞대 대책을 내놓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