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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독일 '미니잡'에서 보고 배울 것은…

추민선 기자 기자  2014.03.05 12: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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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11월 정부는 경력단절여성·베이비부머 등의 사회 재진입을 돕고 이를 통해 고용률을 높인다는 목표로 시간제일자리박람회를 열었다.

'시간제일자리'는 근로자가 △일과 가정 양립 △점진적 퇴직 준비 △일과 학업 병행 등을 위해 사업주와 협의해 근로 시간과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각 등 근로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시간제일자리를 늘림으로써 경력단절여성의 사회 재진입을 유도해 고용율 70%를 달성, 여성 고용안정과 알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과 정치권에서는 시간제일자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들은 독일의 '미니잡' 선례를 꼽는다. 미니잡은 지난 2003년 게르하르트 당시 총리가 노동유연화를 위해 추진한 하르츠 개혁 이후 등장했으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해고자 보호법 적용대상을 줄이는 대신 파트타임 근로형태로 최고급여 400유로(한화 약 58만원)를 지급, 세금과 공적 사회보험금을 면제토록 하는 제도다.

이 같은 미니잡 확산으로 60%대에 머물던 독일 고용율은 2008년 79%를 넘어섰고, 특히 출산과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미니잡에 몰리면서 2004년 59.2%였던 여성 고용율은 2008년 64.3%까지 늘었고 지난해 여성고용율은 77.8%에 이르렀다. 독일의 미니잡이 국가 전체 고용에 기여하는 비중은 40%를 넘어서는 등 노동시장에 적잖은 훈풍을 몰고 왔다.  

이런 가운데 현재 독일노총은 미니잡 철폐 운동을 벌이고 있다. 미니잡이 늘어나면서 고용율은 높아졌지만, 다른 한편으론 소득불평등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니잡에 종사하는 근로자 대부분은 여성으로 육아문제가 해결돼도 종일제 근무 전환이 사실상 어려울 뿐 아니라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다. 이와 함께 미니잡 종사자들은 사회보장에서도 배제되면서 근로빈곤 계층으로 추락하고 있다. 청년층 역시 미니잡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전일제 취업으로의 전환을 하지 않아 독일의 장기적 경제활동 시행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김경자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해 11월 시간제일자리 거부선언에서 "정부는 현재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야함에도 기저귀·분유 값이나 버는 용돈벌이용 저질 시간제일자리만 창출하고 있다"며 "질 낮은 시간제일자리를 확대하기보다 시간제일자리가 아닌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기업들이 시간제일자리를 늘리는 만큼 풀타임 근로자를 줄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를 선택할 것"이라며 "청년인턴제 등 과거에 실패한 정책을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미니잡 선례로 비춰봤을 때 우리나라의 시간제일자리 역시 후폭풍을 맞을 수도 있다. 시간제일자리를 통해 소득불균형이 장기간 지속되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거세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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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율 달성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소득불균형 문제를 반영한 보안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이런 이유에서 나온다. 또한 승진 기회와 호봉상승 문제와 같이 장래성이 보장되지 않다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는 만큼 전일제 여성근무자가 육아 및 가사 등의 이유로 시간제 전환한 후 다시 종일제 근무를 할 수 있는 권리보장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