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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스포츠세상] 여자프로배구 제7구단 창단, 지금이 적기

김재현 스포츠칼럼니스트 기자  2014.03.05 08: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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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프로배구리그인 V-리그 출범 10주년인 2013-14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남자부에서는 팀 당 서 너 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이 승점 1점 차이로 우승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여자부에서는 IBK기업은행이 두 경기를 남긴 채 2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결정지었다.

지난 10년 간 프로배구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프로원년 1811명이던 평균관중은 이번 시즌 현재까지 약 4000여명으로 두 배 이상의 성장을 이뤘으며, V-리그 출범 당시 3억원 수준이던 TV중계권료 또한 현재는 3년 100억으로 11배 이상 늘어났다. 팀도 남자부 두 팀, 여자부 한 팀이 창단돼 각각 7팀, 6팀으로 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프로배구의 성장은 그 출범에 앞서 대한배구협회 프로배구준비연구팀 마케팅 총괄을 맡았던 필자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다. 야구(1982년), 축구(1983년), 농구(1997년)에 이어 네 번째로 탄생했음에도 TV시청률에서 같은 동절기 스포츠리그인 프로농구를 앞서는 등, 프로배구리그의 성공적인 발족을 위해 힘쓴 많은 배구인들의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V-리그는 새내기 팀들의 돌풍이 거세다. 남자부의 경우 신생팀인 러시앤캐시가 창단 첫 시즌에 우승후보 삼성화재를 꺾는 등 9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내고 있으며, 여자부에서는 IBK 기업은행이 2011년 창단 이후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정규리그를 2연패하면서 신흥강호로 떠올랐다. 신생팀들의 성공적인 리그 안착은 모기업에게도, V-리그 전체에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이 신생팀들이 창단 후 성공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배경에는 프로배구팀 창단 시 선수 선발에 관한 제도와 창단 시기가 적절히 맞아떨어진 것이 있다. 프로배구는 신생팀이 창단될 경우, 신생팀에게 각 팀의 보호선수 8명을 제외한 다른 선수들 가운데 1명을 지난 시즌 연봉의 200%를 이적료 형식으로 지불하고 데려올 수 있는 권리를 주며, 또한 첫 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2순위 ~ 9순위의 지명권과 다음 해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준다.
 
IBK기업은행은 이 제도를 이용해 김희진(라이트)을 2010년에, 박정아(레프트)를 2011년에 신인선수로 선발하고 베테랑 이효희(세터)를 영입해 균형 잡힌 전력을 갖추었고 이는 정규리그 2연패로 이어졌다.
 
한편, 러시앤캐시는 신생팀 선수 선발제도를 통해 당시 주전급 대어로 평가 받던 경기대 신인 3인방 이민규(세터), 송명근(레프트), 송희채(레프트)를 창단 첫 해에 모두 선발해 조직력 및 전력 구축에 소요되는 시간을 최소화하였다. 러시앤캐시는 즉시 전력급 신인들이 다수 배출된다는 점을 고려해, 이 제도를 활용하기에 매우 적절한 시점에 창단하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우수 선수들의 배출에는 일종의 사이클이 있다는 것이 배구계의 정설이다. 우수 선수들이 한 번에 많이 나오는 시즌이 불연속적으로 있다는 얘기다. 2014-15시즌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는 올해 고교 졸업반 선수들 중에는 성인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2014년 세계여자선수권 아시아예선전 최종라운드에 참가할 국가대표팀 최종 엔트리에 포함된 쌍둥이 자매 이다영(세터), 재영(레프트)을 비롯해, 청소년 국가대표팀 출신 하혜진(레프트, 이상 진주 선명여고), 인천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포함해 수원전산여고를 시즌 3관왕으로 이끈 강혜미(레프트)는 프로팀에서도 즉시 주전자리를 꿰찰 수 있는 선수들이다.
 
또한, 전새얀(레프트, 대구여고), 이영(센터, 강릉여고), 박혜미(리베로, 한일전산여고)와 같은 장래 유망선수들도 졸업반에 포함돼 있다. 
 
이는 지금이 여자 배구 제 7구단 창단에 최적기임을 의미한다. 다수의 신인 선수들을 선점할 수 있는 신생구단 선수 선발제도를 활용해 올해 졸업반에 있는 선수들을 대거 선발하고, 기존 구단들로부터 경험 많은 선수들을 영입할 경우 IBK기업은행에 필적할 만한 전력을 갖출 수 있다는 얘기다. 즉, 신생구단의 입장에서 창단의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이다.
 
특히, 진주 선명여고의 이다영, 이재영, 하혜진을 모두 선발할 경우, 러시앤캐시가 경기대 3인방을 한 번에 데려와 안정적인 전력과 조직력을 빠른 시간에 갖춘 것처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제7구단의 창단이 여자프로배구리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하다. 외연적인 규모의 증가 이외에도,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기존의 6라운드 90경기를 탈피해 팀 당 경기 수 증가를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선수수요 증가로 인해 고교 여자배구팀의 창설 등 여자배구의 기반을 확장하는 데에도 일조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구 팬들은 더욱 다양한 팀이 제공하는 볼거리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이에 더불어 필자는 여자 프로배구 제 7구단의 창단이 대한민국 배구계에 또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바로 프로배구에서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차별을 받아온 여자배구가 남자배구와 대등한 위치에 올라 설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여자 프로배구는 런던올림픽 4강 등 세계무대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세계랭킹 10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아왔다. 남자배구경기와 겹치지 않기 위해서 관중들이 관람하기 어려운 평일 오후 5시에 여자배구 경기가 편성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여자 프로배구 제 7구단이 창단되면 남자 프로배구와 구단 수를 맞출 수 있게 되고, 그에 따라 한국배구연맹(이하 KOVO) 내에서 여자배구의 협상력도 자연스레 증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4년 KOVO의 출범과 프로배구구단의 마케팅 총괄대행을 통한 프로배구의 시장을 잘 읽고 있는 필자는 이러한 변화가 나아가 '여자 프로배구의 독립연맹' 형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럽게 예측을 해본다. 
 
프로농구의 경우, 이미 프로농구연맹(KBL)과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으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남자농구와의 경기시간 중복을 피하기 위해 오후 5시에 평일 경기를 하던 여자농구가 2013/14시즌부터 오후 7시로 시간을 바꾸고, 외국인 선수제도를 손보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실시한 것은 여자배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립된 조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KOVO의 출범으로 인해 창출된 고용파급효과는 지방자치단체, 기업, 이벤트 및 매니지먼트 회사를 포함해 약 3000명에 이른다. 여자배구연맹이 탄생한다면 장기적으로 유사한 규모의 고용창출이 이뤄질 것이다.
 
또한, 여자부에서 흥행에 강점을 보이고 있는 비치발리볼과의 연계를 통해 기존의 통합연맹 체제에서는 쉽사리 진행하기 힘들었던 여자배구 이벤트의 다양화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가 궁극적으로 부가가치 창출로 이어질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여자 프로배구 제 7구단 창단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창단을 뚝심 있게 밀어붙일 행정적 주체도, 필요한 자금을 투자할 단체 또는 기업의 후원도, 그리고 그 과정을 전략적으로 진행할 스포츠 전문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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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가 시기적으로 최적의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신생구단의 창단이 한국 배구계에서 여자배구의 위상을 재정립할 절호의 기회인 것도 분명하다. 기회는 쉽사리 오는 것이 아니다. 
 
김재현 스포츠칼럼니스트 / 체육학 박사 / 문화레저스포츠마케터 / 저서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는 당신에게> <붉은악마 그 60년의 역사> 외 / 서강대·경기대·서울과학기술대 등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