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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특급호텔 경락자, 165억 매물 왜 245억원에 사들였나

박대성 기자 기자  2014.03.04 2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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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남 순천지역 특급에 준하는 에코그라드호텔이 경매를 통해 새주인을 맞은 가운데 호텔 인수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지역경제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순천에코그라드호텔 43개사 공사채권단협의회(회장 유성재)'는 4일 오후 호텔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12일 자본금 1000만원에 불과한 '동원산업'이란 정체불명의 회사가 호텔을 낙찰받기 위해 '유암코'라는 PF구조조정 회사와 공모해 최저가보다 무려 80억원이나 많은 245억원에 낙찰받았다"며 "게다가 합법적으로 점유한 우리를 몰아내기 위해 외부용역까지 난입시켰다"며 호텔낙찰자와 '유암코'를 싸잡아 비판했다.

호텔 인수자로 나선 동원산업은 작년에 갑자기 만들어진 회사로 자본금 1000만원에 매출실적도 없는 서류상의 회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동원산업은 참치캔을 만드는 동원산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7일째 호텔을 점거하며 경락자에게 공사대금 변제를 주장하는 채권자들은 이날 "경락자가 우리를 내몰려고 한다면 '유치권 부존재확인소송'을 내야 할 것인데 이런과정없이 물리적으로 우리를 내쫓으려 하는 것은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경락자가 포크레인(굴착기)을 동원해 밀고 오겠다는데 그러면 우리는 깔려 죽는 길을 택하겠다"고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순천 에코그라드호텔 시공업체 채권자들이 공사대금 변제를 요구하며 4일 로비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박대성 기자
점거중인 채권단협의회는 3년여간 총 135억원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주로 내장과 인테리어, 전기공사 등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됐으며, 43개사 가운데는 45억원을 못받고 있는 업체도 있었다.

이 호텔은 전남 동부권 최고 시설로 지난 2010년 12월 개장했지만, 자본여력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하게 차입금을 끌어다 호텔을 짓는 바람에 근로자 임금체불과 각종 공과금 체납 등의 여러 문제를 양산했다.

급기야 원리금 상환능력을 상실해 채권은행으로부터 경매에 부쳐져 3차까지 유찰된 끝에 165억원에 매물로 나온 4차 경매에서 낙찰됐다.

이 호텔을 경락받은 동원산업이라는 업체는 곡성에 소재지를 두고 있으나, 자본금이 1000만원에 불과한데다 매출액이 없는 서류상 회사임에도 245억원을 끌어다 인수한 것 자체가 '해외토픽감'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호텔경매는 1년전 최초경매가 457억원에 입찰에 부쳐졌으나, 응찰자가 없어 계속 유찰된 끝에 최근 4차경매(부동산임의경매)에서 165억원에 입찰가가 부쳐졌으나 동원산업은 80억원이나 많은 245억원을 써내 낙찰자가 됐다.

게다가 경쟁자 없는 단독입찰이었음에도 80억원을 더 써낸 것에 여러 의혹이 쏠린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의 관계자는 "경쟁자 없는 경매입찰에서 165억원에 나왔다면 상식적으로 165억1000원을 써낼 것"이라며 "그런데 호텔경락자는 80억원이나 얹어 245억원이나 써냈다는 것은 금융권의 도움없이는 실행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순천 에코그라드 채권자들이 최근 호텔입구를 봉쇄한채 유치권행사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 박대성 기자
동원산업의 이런 담대한 베팅 이면에는 부실PF채권회사인 '유암코(UAMCO)'과의 긴밀한 공조가 있었기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의 귀띔이다.

2009년 10월 설립된 '유암코'는 국내 시중은행 6곳이 주축이 돼 설립한 부실채권 관리전문회사로, 호텔경락자(동원산업)는 '유암코'에서 경락잔금 240억원을 융통해 호텔을 245원에 인수했다.

동원산업이 245억원을 내고 사들인데는, 유암코가 이 호텔로부터 1순위근저당채권 245억원과 일치한다.

경매가 계속 유찰돼 가격이 떨어질 경우 채권회수금액이 적어지므로, 웃돈 80억원을 얹어 245억원에 인수케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암코'는 1순위 채권 전액을 회수할 수 있어 좋고, 낙찰자 또한 유암코의 자금으로 호텔주가 되는 구도여서 '윈윈구도'로 짜여있는 셈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문제로 갈등을 겪을 때도 2013순천정원박람회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대승적으로 유치권 행사를 하지 않았다"며 "순천시는 호텔의 실질적인 경락자인 유암코와 동원산업, 채권자와의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43개사 채권자들은 유치권 행사를 위해 24시간 호텔로비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으며, 수억~십수억의 공사대금을 받지못해 가정파탄과 생계곤란을 호소하고 있다.

채권단이 순천시의 중재를 요구하자 시에서도 고민하는 빛이 역력하다.

작년에 '대박흥행'이 났던 순천만정원박람회장(순천만정원)이 4월부터 상시개장하는데 숙박과 컨벤션센터 기능을 맡는 지역 대표 호텔이 분쟁을 벌이고 있어 안타깝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민간업체 영역이어서 시가 주도적으로 개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시청에서는 어떤 방법이 없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그라드호텔은 지난 2010년 12월 특급호텔이 없는 순천에 18층에 객실 104실 규모의 최신시설로 개장했으나, 시공 당시부터 자금압박을 받아오다 채권자들에 의해 끝내 경매에 부쳐졌다.

호텔건립 공사에 참여했던 시공업체 관계자들은 총 135억원의 공사대금 변제를 요구하며 지난달 26일부터 호텔입구를 봉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