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뉴타운 2구역 입주일인 지난달 27일, 검은 양복을 입은 건장한 남성들이 입주민을 확인하고 있다. = 박지영 기자 |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날 일반분양자들과 조합원 간 알력다툼은 없었습니다. 다만 덩치가 산만한 '어깨들'이 여럿 보였는데요. 이들은 정문 앞에서 일일이 입주민들의 동호수를 물어봤습니다. 아마 조합원이 껴 있진 않은 지 확인하는 듯 했습니다. 이 탓에 좁은 골목길엔 이삿짐을 실은 트럭이 고구마줄기처럼 길게 늘어섰습니다.
서울시 성동구 하왕십리동에 위치한 왕십리뉴타운은 어쩌다 이삿날에 '어깨들'을 대동하게 됐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폭탄분담금 때문인데요. 이해를 돕기 위해 지난달 초에 있었던 사건 하나를 들춰보겠습니다.
지난달 3일 오후 성동구 행당동 성동교육지원청 건물 4~5층 난간에서 50대 남성이 고공시위를 벌인 일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왕십리뉴타운 2구역 조합원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조합의 방만운영으로 분담금이 늘었다고 새 조합장 선임을 승인해달라고 요구했는데요.
그러나 성동구청 측은 관련 규정상 구청이 이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며 이 남성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이 남성은 이날 밤 자정이 조금 지나 성동경찰서로 연행됐는데요. 과연 왕십리뉴타운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요.
업계에 따르면 왕십리뉴타운 2구역 조합원은 1인당 평균 약 1억3000만원의 추가분담금을 내야한다고 합니다. 조합원 총 423명에게 1억3000만원씩 추가부담금을 받아내면 550억원 정도 걷히게 되는데요, 그렇다면 이 비용은 어디에 쓰이게 될까요?
다름 아닌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단행했던 할인분양 손실을 메우게 된다고 합니다. 조합원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는 셈이죠. 실제 왕십리뉴타운 2구역 조합원들은 입주를 앞두고 비례율(개발이익률)이 110%에서 70%까지 떨어진 상태입니다. 예전에는 아파트를 짓고도 돈이 남아 조합원에게 나눠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돈이 남기는커녕 사업비도 모자라 더 걷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입니다.
번듯한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시작한 일이 억대 빚으로 되돌아왔으니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 아닐 수 없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