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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우리사주조합, 의미 각별한 까닭은

노조와 함께 상징적 의미 커…통합국민은행 출범 이후 각별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3.04 08: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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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민은행 새노조가 우리사주조합 관련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은행권의 우리사주조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은행 새노조가 KB금융 경영진을 업무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2일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 접수) 이유는 경영진이 경영진측 인사를 우리사주조합 조합장으로 임명하고 이사와 감사도 마음대로 정해 조합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

새노조는 "(임영록) KB금융지주 대표가 앞으로 발생할 자신에 대한 조합원들의 해임 요구에 관한 의결권 행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우리사주조합 조합장에 자신의 사람을 임명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은 노조편? 단순 등식화할 조직은 아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측 견제 기능이 축소 혹은 차단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고, 우리사주조합은 친노조 기능이 있는 것으로 단순히 이해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2년에 국민은행 노조가 어윤대 당시 KB금융 회장에게 우리금융 합병 시도를 중단하라고 압박을 넣는 와중에도 우리사주조합이 키워드로 부각된 바 있다.

노조에 의한 파업 추진 외에도 우리사주조합의 힘(지분)을 활용하면 별도의 공격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소액주주들의 힘을 모아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고 어 전 회장에 대한 대표이사 해임을 청구해 볼 수 있기 때문. 외환은행의 우리사주조합의 경우도 '주식교환 중지 가처분 신청'을 2013년 내는 등 하나금융에 외환은행 노조가 대항할 때 우군으로 등장한 전례가 있다.

   국민은행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KB금융 경영진 전횡 논란에 불을 지피고 나섰다. 고소전으로 번진 이번 사건은 우리사주조합이 갖는 은행권에서의 의미가 단순히 '노조의 우군' 이상이라는 점을 반영하는 사례로 읽힌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 프라임경제  
국민은행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KB금융 경영진 전횡 논란에 불을 지피고 나섰다. 고소전으로 번진 이번 사건은 우리사주조합이 갖는 은행권에서의 의미가 단순히 '노조의 우군' 이상이라는 점을 반영하는 사례로 읽힌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 프라임경제
하지만 이것이 전부라고 할 것은 아니다. 우리사주조합은 종업원이 자기 회사의 주식을 보유해 기업의 경영과 이익분배에 참여하게 하는 제도다. 즉 종업원의 애사심을 고취시키고 재산 형성을 촉진시키기 위해 종업원지주제의 일환으로 결성된 조직이다.

따라서 근로자(종업원) 권익과 연관이 큰 노조와 함께 움직이는 경우가 많지만 단순히 노조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친위조직이라기 보다는 회사 운명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독특한 위상을 가진 조직이라고 해야 옳다. 2010년 우리금융 매각 추진 국면에서 우리사주조합이 대표인 '우리사랑 컨소시엄'이 입찰참가의향서를 냈던 일이 대표적이다(외부 주체에 의한 민영화가 아니라 내부 구성원들의 동력을 모은 독자생존론이 실제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경우).

국민은행의 경우 우리사주조합의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의의가 더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국민은행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KB금융은 사외이사의 발언권이 세다는 점 등 여러 특징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행 노조가 나름대로 목소리를 키우는 데 우리사주조합이 하나의 축이 돼 왔기도 하다.

이원화돼 있던 우리사주조합 통합 논의 등 의미있는 과정 거쳐 

국민은행은 2002년 직원들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한 주식보유제도와 관련한 논의를 본격화했다. 이때 '우리사주신탁제도(Employee Stock Ownership Program: ESOP)'와 '주식매입프로그램'(Stock Purchase Program: SPP)이 검토됐고 ESOP를 도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ESOP 도입을 위해서는 옛 국민은행과 옛 주택은행으로 이원화돼 있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합하는 일이 필요했다. 하지만 두 은행 노조와 사측은 노사 합의를 통해 우리사주조합 통합을 위한 '우리사주조합설립준비위'를 구성하는 등 걸림돌 제거 수순을 밟았다.

즉 두 우량 은행이 합쳐져 통합 국민은행을 이룩했다는 역사를 우리사주조합에서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국민은행의 복지와 근로자 권익의 의미가 강하다는 점에서 국민은행 노조로서는 실익으로보나 상징성으로 보나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경영진의 전횡 논란에 민감하다는 풀이다. 즉 '임영록 체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하나의 핑계라기 보다는 이 자체가 폭발의 한 원인이라고 이해하는 게 오히려 의미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