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여의도25시] 황당한 '시너테러'에 A카드사 당혹

이지숙 기자 기자  2014.03.03 13:31:1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취재차 여러 기업을 방문하다 보면 가끔 로비에서 기업의 서비스나 정책에 항의하러 오는 민원인들을 종종 마주칩니다. 

조용히 담당자를 만나러 오는 경우도 있지만, 소리를 지르며 항의를 한다던가 경비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는 모습도 보이는데요, 며칠 전 A카드사에서도 다소 거친 민원인 한 명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한참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찾아가봤습니다. 로비에서는 민원인 B씨가 서류를 꺼내 흔들며 카드사 직원에게 항의하고 있었습니다.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내려와 고객 상담실로 안내하려고 해도 B씨는 사무실로 올라갈 수 있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죠.

결국 밖으로 안내하려는 카드사 직원들과 B씨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B씨가 들고 있던 문제의 물통이 쏟아졌습니다. 물통 안에는 정체불명의 액체가 가득 담겨있어 카드사 직원들은 원치 않은 물벼락을 맞게 됐죠.

문제는 그 '액체'였습니다. 언뜻 보기에 연한 노란색 빛을 띄고 있어 평범한 물인 것 같진 않았지만, 액체가 쏟아진 뒤 기름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구경을 하던 직원들도 갑작스런 기름 냄새에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요. 액체는 다름 아닌 시너였습니다.

경찰이 충돌한 뒤에야 사태는 마무리 됐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B씨가 시너까지 들고 와 항의를 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 내막을 알고나니 더욱 황당했습니다.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는 속담이 딱 들어맞았기 때문입니다.

B씨는 C가맹점의 사장인 D씨에게 돈을 빌려준 뒤 상환일이 다 되도록 돈을 받지 못하자 C가맹점을 상대로 카드매출 압류를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그 가맹점은 B씨가 돈을 빌려준 D씨만의 소유가 아니었습니다.

A카드사에 따르면 공동명의로 된 가맹점의 경우, 한 사람만 빚이 있다고 해서 가맹점 전체 매출을 압류해 채권자에게 넘길 수 없습니다.

이에 A카드사는 B씨에게 공동명의로 돼 있는 다른 가맹점주 카드매출을 넘겨받겠다는 확인서를 가져올 것을 요구했는데요. B씨는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국 '시너테러' 사태를 벌인 것입니다.

카드사 직원들도 절차상 불가능한 일을 해달라고 '시너테러'를 벌인 어이없는 사태에 혀를 내둘렀을 정도라고 합니다.

연초부터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인한 후폭풍에 '시너테러'까지 A카드사는 정말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부디 이 사건이 새 봄맞이 '액땜'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