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898년 미국 뉴욕에 세계 각국의 도시설계자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회의에서는 도시계획이나 경제개발 등에 주제가 집중돼야 했는데 가장 심각하게 논의된 주제는 엉뚱하게도 '말(馬)'에 관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유력한 언론에 게재된 기사에 약 50년 뒤 세계는 증가한 인구와 그로 인한 교통 수요 증가 때문에 말도 엄청나게 증가한다는 예측이 실렸다는 건데요. 당연히 이에 따라 말을 먹이는 문제와 제반 시설 등도 도시 기능 중에 큰 고려 요소가 돼야 하지 않냐는 고민까지 도시계획자들 몫이 된 거지요.
당시 예측에 따르면, 1950년이면 세계의 모든 도시가 약 2m80cm(9피트) 높이의 말먹이로 덮인다고 예측했다고 합니다. 이대로라면 뉴욕은 말 사료에 덮여 제대로 도시 기능이 발휘되지 못할 지경이거나, 말이 없이 우울한 도시가 돼야 하거나 했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도시의 발전을 막는 말먹이의 한계는 싱겁게 사라졌습니다. 건초를 먹는 말이 아닌 기름을 마시는 자동차가 교통의 대체재로 부각되면서 이 같은 우려는 그저 우려만으로 끝난 거지요. 이런 점을 보면 미래를 내다 본다는 것은 전문가들에게도 쉽지 않은 과제임이 확실해 보입니다.
2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발표한 스마트워치들의 운영체제(OS)가 타이젠으로 탑재된 문제를 다뤄 눈길을 끌었습니다. '삼성 기어2'와 '삼성 기어2 네오'에 독자 개발한 OS를 적용한 데 대해, 삼성이 '구글과의 거리두기'는 물론 다양한 이유가 있다는 분석을 한 것이었습니다.
우선,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부문에서 구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작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배터리 수명과 성능 향상 문제인데요.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 새로운 기어 스마트워치들이 타이젠으로 구동하면서 배터리 변경 없이도 추가로 2일 가량 배터리 수명이 향상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즉, 우리가 친숙하고 지금까지 많이 사용돼 온 안드로이드 OS는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착용가능한) 기기에 최적화돼 있지 않은 부분이 있는데, 삼성이 그 대안으로 타이젠을 띄우는 리스크가 있는 새 도전을 하려는 것이지요. 이게 본격적으로 성공하면, 아예 IT업계는 새 변곡점을 만나게 되는 셈입니다.
요약하자면 삼성은 구글에 의존하는 현실에 만족할 생각도 없고 틈나는대로 이를 뒤집을 발전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단지 점유율 등 '경영적'인 측면 혹은 시장 장악력이나 우월적 지위 다툼에서만이 아니고, '혁신적' 측면에서의 싸움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 보입니다.
'구글이 우리가 원하는 것을 새로 만들어 줄 때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고 새로운 걸 찾겠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과거 삼성은 늘 앞서 가는 굴지의 해외 기업을 안전하게 따라가던 '미등 전략'에 안주한다고 평가됐던 때도 있었습니다. 또 최근 선두권을 달리는 상황에서도 얼마나 가겠느냐는 우려를 여전히 받아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말먹이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서 벗어나, 말이 아닌 뭔가 새로운 교통수단을 찾으려는 이번 노력은 그런 점에서 삼성의 큰 도전인 셈입니다. 그래서 실제 성적표가 어떻게 나올지와는 별도로, 삼성이 명실상부한 리더로의 자세 변화를 시작한 에피소드로 평가할 만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