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의 가계부채 구조개선 촉진방안이 나오는 등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의 목표와 의지가 갖는 정당성이 공감을 얻는 것과는 별개로, 추진안이 실제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특히 사실상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정책 모기지를 확대하고, 정부 예산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근시안적 대책이라는 지적이 날카롭다.
정부는 상반기 중 장기대출상품 이용이 어려운 제2금융권 고객의 단기·일시상환대출을 장기·분할대출로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1000억원 규모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경우 '새 발의 피'라는 평가가 나온다. 상호금융 주택담도대출이 40조원가량인데 1000억원 규모의 시범사업으로 큰 방향 전환이나 의미있는 유량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대책의 파장이 가져올 가능성, 즉 전반적으로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적은 계층은 비은행권(제2금융권)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사전 검토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결국 이자가 비싼 비은행 금융이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한 손질 의사는 분명하면서도 실질적 대책은 충분치 않고, 오히려 일정 부분은 은행 건전성을 위해 비은행권으로 서민들의 수요가 몰리는 것을 방치하기도 하는 상황이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문제라고 생각되는 상대와의 '적대적 공존'을 기정사실화한 게 아니냐는 풀이다.
상호금융 등은 서민금융기관으로도 불리며 비은행권이라고 지칭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 박근혜정부의 각종 금융정책은 은행권 중심 시각에서 짜인 것으로 우려된다. 이들 비은행권의 체력 강화를 통해 보다 종합적이고 유기적인 정책이 가능하도록 접근 틀을 바꿀 필요가 제기된다. = 임혜현 기자 |
이에 따라 차라리 큰 틀에서 비은행권을 금융의 또 다른 한 주체로서 인정, 건전한 방향으로의 육성과 체력확보를 도와야 하는 쪽으로 장기적 연구과제를 공론화해야 할 필요도 있다. '금융의 꽃은 물론 은행'이고 은행 중심의 정책 집행이 우선이 될 수밖에 없지만, 비은행권에 대한 접근의 틀을 개선해 '능력있는 우군'으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오는 이유다.
◆적대적 공존 대신 협력에 대한 당근 제시로 상호발전
정부는 비은행권의 경우 장기대출에 필요한 장기자금 조달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조만간 원활한 구조개선 지원방안을 협의해 마련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이 실질적 접근법의 성공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저축은행은 대부분 고정금리지만 상호금융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비은행권(제2금융권)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을 늘려 전체 가계대출 구조를 개선하는 계획에서 상호금융에 대한 접근이 진지하게 다뤄져야 할 필요가 여기 있다.
향후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대출자들이 금리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있고, 이러한 대출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상호금융도 일정 부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강요만 하는 식으로는 진지하고 적극적 협력을 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장기자금 조달 등에서 새 이익을 얻는 새 요소를 찾아줘야 할 필요가 존재한다.
우선 상호금융 및 저축은행의 예금과 출자금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나 법인세 차등 감면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조건이 좋아져 장기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숨통의 트이면 정책 파장에 따른 손실 가능성 등에 대한 충격파 흡수여력도 그만큼 상승한다고 볼 수 있다.
◆회사채펀드 가입 인센티브나 출자금 세제 제공 등 지원책 다수
이에 대한 방안으로 이호상 새마을금고 중앙회사업지원부 본부장은 지난 26일 한 세미나에서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에 대해) 예금 및 출자금에 대해 비과세혜택을 부여하거나 법인세 등을 차등 감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제도적 지원을 통해 영업활동의 안정적인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 외에도 정책적 인센티브가 검토될 부분은 더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회사채 펀드'의 활성화 요청이 높은데, 이를 추진하는 와중에 발행 시장은 물론 유통시장에서 투자할 수 있는 리테일 회사채를 늘리기 위해 비우량 회사채의 자금조달 경로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리테일 채권 시장의 주요 투자자인 지역의 상호금융기관 등 비은행권을 공략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리테일 채권의 주요 투자자가 단위농협 및 신협이나 단위새마을금고, 혹은 저축은행 등인 까닭이다.
비은행권은 고수익 운용 수요는 있지만 채권투자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을 위해 위험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기업 자금조달을 활성화하는 목적으로 펀드 가입에 대한 인센티브도 부여하면 회사채 펀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 뿐더러 투자를 통한 이익 도모를 비은행권에 제공하는 '일석이조'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이러한 여러 기능적 도움을 마련하려면 당국이 비은행권 금융을 서민금융의 중심축으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 요청된다. 은행이 모두 도맡을 부분을 일정 부분 함께 처리하는 동반자이자 비은행권에서 서민금융을 어느 정도 책임져줘야 은행권이 기업금융 등에 힘을 더 보태 국민경제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다는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