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인사이드컷] 인어공주 진짜 물거품 됐나

박지영 기자 기자  2014.02.28 08:59:45

기사프린트

   한 눈에 메시지가 쏙 들어오는 사진 속 현수막은 서울특별시에서 기획한 것으로 서울의 표정과 말투를 친절하게 바꾸는 '친절한 서울씨' 시민참여 프로젝트다. = 박지영 기자  
한눈에 메시지가 쏙 들어오는 사진 속 현수막은 서울특별시에서 기획한 것으로 서울의 표정과 말투를 친절하게 바꾸는 '친절한 서울씨' 시민참여 프로젝트다. = 박지영 기자
[프라임경제] 집에만 있기에는 뭔가 아쉬웠던 어느 주말 오후. 신랑과 함께 집 근처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강 주변을 거닐며 곧 있을 집들이 때 무슨 요리를 내놓는 게 좋을까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던 중 한 현수막 글귀가 제 발걸음을 멈추게 했습니다. 다름 아닌 '수영금지' 안내 문구였는데요. 말투가 '퍽' 재미있었습니다.

현수막에는 '수영금지 구역, 인어공주도 입장불가'란 글과 함께 인어공주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요. 그림 속 인어공주는 웅크리고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은 채 '물먹었어ㅠㅠ'라고 울상을 짓고 있었습니다. 참, 귀엽고도 한 눈에 쏙 들어오는 포스터였죠.

사진을 찍고 뒤돌아서려는 찰라,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화 속 결말은 대부분 해피엔딩인데 왜 인어공주만 새드엔딩일까'란 의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1837) '인어공주'는 우리가 알던 결말이 아니었습니다.

원작 속 인어공주 이야기는 우리가 알던 것과 달리 조금 더 길었는데요,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진 것까진 맞지만 물거품이 돼 사라진 건 아니었습니다.

진짜 결말은 다음과 같은데요, 바다 속에 뛰어든 순간 인어공주는 거품처럼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백개의 투명하고 아름다운 형상들에 의해 하늘로 솟아올랐죠. 이 형상은 공기의 딸들, 즉 바람의 정령이었습니다. 그들은 인어공주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불쌍한 인어공주여, 당신도 우리처럼 영혼을 얻으려고 진심으로 노력했군요. 고통을 겪으며 참아줘서 지금 공기의 정령들 세계로 오셨습니다. 앞으로 착한 일을 하면 300년 뒤 당신은 불멸의 영혼을 얻을 수 있답니다."

이 같은 결말을 두고 호사가들은 '다른 사람이 추가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인어공주가 불멸의 영혼을 얻어 하늘로 승천하는 것은 안데르센이 공식 발표한 인어공주 결말입니다.

실제 안데르센은 인어공주가 물속에 녹아 사라지는 것을 첫 번째 버전으로 썼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원작에는 공기의 정령 이야기를 추가했다고 하네요. 이 부분도 처음에는 300년 동안 선행을 하며 공덕을 쌓아야만 불멸의 영혼을 얻게 된다는 내용에서 세상 수많은 어린이들이 착한 아이가 돼야 한다고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결말을 두고 비평가들은 '앞부분까지의 비극적 분위기와 걸맞지 않은데다 공기의 정령은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며 지적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