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소비자 마음 놓친 혼다코리아, 존재감 어디로…

노병우 기자 기자  2014.02.27 14:58:50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의 부진이 심각하다. 엔저에 힘입어 국내시장에서 공격적 가격인하로 판매확대를 꾀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차는 계속 고전했다. 미쓰비시를 수입하던 CXC모터스는 극도의 판매부진을 겪으며 잠정적으로 영업을 중단했고, 스바루를 수입했던 스바루코리아는 아예 판매중단과 함께 철수했다.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일본차 점유율은 직전년대비 4.2% 감소한 14.1%. 작년 수입차 총 판매대수가 15만6497대로 전년대비 19.6% 증가한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특히 혼다는 토요타와 닛산 등 경쟁 일본브랜드 사이에서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전년동월 대비 50.6% 급감한 232대(점유율 1.56%)에 그치는 등 점유율 하락만 놓고 보면 가히 '낙하산이 필요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다.

이처럼 역주행 현상이 뚜렷한 혼다는 지난 2004년 국내시장 진출 이후 매년 판매 상승세를 이어갔고 반도 상륙 5년 만인 2008년에는 1만2356대(점유율 20.04%)를 판매, 수입차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는 등 승승장구했던 브랜드다. 그러나 1위를 찍은 다음해인 2009년 4905대로 급추락했고, 지금은 초라한 모습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혼다의 추락은 일본 부흥의 상징이자 자존심과도 같은 존재였던 소니의 실패와 비슷한 맥락처럼 해석된다. 기술과 혁신의 대명사였던 소니는 '워크맨'으로 가전업계 혁명을 불러왔지만, 이후 이를 능가할 혁신제품은 내놓지 못했다.

창조적이고 혁신적 기술로 살아남는 현대 산업구조 변화에 소홀히 대응한 소니는 빠르게 무너졌다. 혁신에서 뒤쳐진 소니는 결국 소비자들의 등 뒤로 쳐졌고 소니의 빈자리는 삼성전자, LG전자, 애플 등 경쟁기업들이 메워갔다.

소니의 붕괴는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이 아니라 기술적 자만과 고집에만 빠져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를 읽지 못하고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실패요인으로 꼽힌다.

혼다의 추락도 소니와 마찬가지로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에 제때 반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혼다는 최근 디젤차량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수입차시장 흐름에 대처하지 못하고 가솔린 모델만을 고집했다.

그 사이 디젤모델을 줄곧 출시하며 힘을 쏟던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브랜드들이 혼다가 급추락한 2009년부터 강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주행능력 못지않게 연비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요즘, 독일브랜드들은 소비자 니즈의 변화에 빠르게 반응했고 국내 수입차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또 혼다의 침체는 국내시장에 별다른 투자 없이 이익만을 취하려는 본사의 경영방침과 국내 경영진의 방만경영에 기인한다는 지적도 있다. 극심한 판매부진이 몇 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딱히 회사 내부적으로 성찰이나 계획, 대처방안 등을 모색하는 움직임을 찾기 힘들다는 것.

국내기업이 아닌 외국 브랜드가 국내시장에 론칭하면서 맞춤형 전략이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 가치를 굉장히 낮게 보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경쟁기업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는 행보와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지  
 
소비자들에 대한 이해 부족인지, 아니면 자신들의 자만으로 변화와 혁신을 외면한 결과인지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혼다의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소비자들이 브랜드파워를 마음껏 쥐락펴락하는 시대인 만큼 소비자를 떠받들어 '퇴출 위기'를 피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시기인 것을 명확히 인식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