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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행복주택

박지영 기자 기자  2014.02.27 0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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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내가 가는 길이 험하고 멀지라도/ 그대 함께 간다면 좋겠네/ 우리 가는 길에 아침 햇살 비치면/ 행복하다고 말해주겠네.'

가수 해바라기의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가사 일부분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이 곡은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라고 한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7월10일 대통령선거 후보 출마 선언식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이 노래를 불렀다.

지난해 2월25일 대통령 취임식 때도 이 노래는 빠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참석자 7만명과 함께 '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을 합창했다.
 
박 대통령의 음악취향을 논하기 위해 자판을 두드리는 건 아니다. 다만 가사에 나오는 '행복'이란 단어가 유난히 눈에 밟히는 까닭이다.

'행복, 그리고 행복주택'. 행복주택은 박근혜정부 주요 국정과제인 '공공 임대주택'의 별칭이다. 철도부지나 공공기관이 소유한 땅에 1만50가구를 지어 공급하겠다는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왜 '행복주택'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각설하고, 일단 정부가 내놓은 주거복지 정책인 만큼 국토교통부가 앞장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당장 지자체와 주민들 반발이 거세다. 반대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인구과밀부터 △과밀학급 △교통난 △물난리 △임대주택 포화 △계층위화감 등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지자체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도 반발을 불러오는데 일조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안산 고잔지구 공급계획 재검토를 요구했으며, 전귀권 양천구청장 권한대행 역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나마 우호적인 곳은 구로구 오류동 단 한 지역에 불과하다. 

심지어 양천구청 경우 지난 20일 서승환 국토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목동 행복주택 지구지정을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며, 이튿날인 21일에는 노원 공릉지구가 이에 합세했다. 

지자체와 주민반발 외에도 걸림돌은 많다. 소음·진동·악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도 미지수다. 정부는 건설기술로 해결 가능하다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기술적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사비 상승에 따른 임대료 책정도 숙제다. 당초 건축비는 3.3㎡당 363만원 정도로 추산됐지만 디자인 강화, 신기술 적용 등에 따라 450만~540만원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건설·부동산부 = 박지영 기자  
건설·부동산부 = 박지영 기자
심지어 철길 위에 데크를 지어야 하는 오류지구 같은 경우 순수 건축비만 3.3㎡당 1700만원에 이른다는 지적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제기되기도 했다. 또 목동지구는 시설물 이전비용까지 합쳐 3.3㎡당 족히 3000만원 이상 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이름만 행복한 행복주택, 그 주변에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는 만큼 박근혜 대통령의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