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NH농협금융그룹은 2020년까지 '총자산 420조, 당기순이익 3조7000억원, 자기자본이익율(ROE) 11.5%'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포트폴리오 정비와 임직원 경쟁력 강화가 전제돼야 한다.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우리투자증권을 위시한 패키지를 인수하게 되면 농협금융의 자산 및 이익 포트폴리오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 패키지를 우리금융그룹으로부터 인수하게 되면 농협금융의 비은행 부문 자산 규모는 전체 자산의 32.6%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비은행 부문 자산 규모는 24% 정도다.
협동조합 수익센터로서의 역할을 떠안은 농협금융그룹으로서는 안정적인 이익창출 기반 확보가 절실하며 이를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구상을 향해 달려가는 데에는 신임 농협증권 사장에 '재무통'인 안병호 부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26일 알려지는 등 우려할 만한 징후가 적지 않다. 더 큰 조직을 안아야 하는 농협증권 입장에서는 농협금융그룹과 소통이 잘되는 '정통 농협맨'이 사장에 임명되는 것이 원활한 조정을 이루는 데 수월할 것이라는 유혹을 떨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증권통 대신 농협 위주의 틀 구축 의사를 내외에 밝힌 셈이 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우투·농협증권 결합 우려…장악이 답? 그렇다면 맥은?
무디스는 지난 연말 우리투자증권과 농협증권의 결합이 양쪽 모두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무디스는 농협금융지주의 금융투자업 경험 부족을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브로커리지시장에서 NH농협증권의 시장점유율은 1.3%로 시장 8.5%를 차지하는 우리투자증권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 '우리투자증권을 관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확인사살'식의 부연설명도 뒤따랐다.
그러나 이는 피인수되는 '상대방에 대한 장악력'에 방점을 찍기 보다는 '업계에 대한 파악과 맥짚기'로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작은 조직인 데다 증권통이라기 보다는 농협맨이라는 부분이 더 두드러지는 이번 인사는 하지하책(下之下策)이라고 볼 수 있다.
농협금융분야는 치밀하고 체계적 준비없이 '신경분리'가 다소 급하게 이뤄졌다. 조직과 사업의 포트폴리오 등에서 불완전한 부분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영역과의 시너지는 차치하고라도 자체적 역량 발휘의 바탕을 갖췄는지 여부부터 의심을 사면 곤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쥐어짜는 캐시카우역할만? 분위기 일신여부도 기로
그렇지않아도 농협금융그룹 각사는 농협중앙회에 내는 브랜드 사용료 때문에 부담이 적지 않다. 최근 농협중앙회는 부과율을 1.5~2.5%(매출 10조원 초과), 0.3~1.5%(3조~10조원), 0.3% 이하(3조원 미만)로 각각 개편해, 부담을 다소 경감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다만 우리투자증권이 지금까지 우리금융지주에 매년 브랜드 사용료를 내온 것과 비교하면 조정 후 '농협'이라는 브랜드 사용의 수수료조차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지금까지 내온 우리금융 브랜드의 수수료에 비해 배 이상의 부담이 더해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문제는 비단 우리투자증권 포용의 성공 여부에만 있지 않다. 농협금융그룹의 은행 등 계열사의 과장 승진 시험 폐지로 영업력 등 실적 위주의 역동적 문화를 불어넣으려던 구상이 제자리걸음을 하게 된 바 있다.시험을 통한 승진을 공정성 담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실적중심문화 구축에는 걸림돌이라는 평이 적지 않고 타은행권은 이 같은 제도를 이전에 폐지한 바 있다.
큰 시스템 내 '자기 역할'만 하면 되는 체계에서, 목표 이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긴장감'을 기본으로 하는 금융마인드 형성을 확고히 하지 못하면 포트폴리오 정비의 하드웨어적 의의가 감소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조합원을 위한 수익센터로서의 역할이라는 대전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최대한 돈을 잘 벌어 중앙회에 주면 이 자금으로 사업을 하는 쪽에 의견이 모아질지, 또는 조합원을 위한 금융이라는 틀을 유지할 것인지 자체에서 농협금융그룹의 몇 가지 징후는 아직 후자에 방점이 찍혀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