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래그랜느(Les Graines·대표 남기철)'. 불어로 '밀알'을 뜻하는 기업명처럼 이곳의 모든 직원은 하나의 씨앗이 돼 모든 일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 있다.
2010년 5월 자폐범주형 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해 설립된 래그랜느는 서울형 우수사회적기업을 거쳐 2013년 5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장애 인식 개선은 물론 사회적 가치창출에 앞장서고 있는 래그랜느를 찾아 활기 넘치는 현장을 들여다봤다.
◆집착특성 감안한 수제쿠키 제작… 연매출 3억 달성 목표
수제 쿠키와 빵, 케이크를 만드는 래그랜느는 264㎡(80평)의 사업장에 13명의 직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장애인은 6명으로 모두 자폐성장애인이다. 이들은 남기철 대표가 운영하는 사단법인 밀알천사에서 철저한 직원훈련과 재능발굴을 통해 채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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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반죽과 오븐을 제외한 반죽분할, 쿠키성형, 포장까지 모든 공정을 담당하는 100% 수제 쿠키를 만들고 있다. ⓒ 래그랜느 |
이와 관련 남 대표는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이 많지 않은데 특히 자폐성장애인 취업은 다른 장애보다 제한이 굉장히 많아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스스로 사업장을 차리게 됐다"며 "나도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로서 그 누구보다 힘든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과·제빵사업을 선택한 것도 남다른 이유가 있다고 말을 보탰다.
자폐성 장애인들은 병이라면 병인 '집착'이 심한 만큼 한 가지에 몰두하는 것을 탈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만들 수 있는 쿠키를 선정했고 이를 통한 직업치료 효과도 굉장히 커 만족스럽다는 부연이다.
남 대표는 다른 회사의 제품보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느낄 수 있다는 걱정을 내비쳤지만 상품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기계로 찍어내는 단순 대량생산이 아닌 수제가공품으로 재료도 어느 곳보다 좋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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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옆에 향긋한 커피와 래그랜느의 제품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래그랜느 카페도 있다. = 정수지 기자 |
이런 특화된 장점을 살린 래그랜느의 연매출은 2억원에 이르는 수준이다. 인건비와 유지비를 빼면 적자지만 기호식품이라는 제품의 한계를 뛰어넘어 연매출 3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게 남 대표의 목표다.
◆정부지원 의존하면 '백전백패' 구체적 도움 필요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나, 앞으로 나아갈 길은 어디인가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3년간 정부지원에만 의지하면 '백전백패'죠. 자립하려면 꾸준히 나만의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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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철 래그랜느 대표. = 정수지 기자 |
사회적기업인이라면 늘 '소명감'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남 대표는 사회적기업의 발전을 위해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단순 보조 차원이라는 정부 인건비 지원의 한계성에 대해 역설했다.
"사회적기업의 존속성도 파악해야 합니다. 정부 지원으로 많이 늘고는 있지만 문을 닫고 있는 기업도 상당하죠. 단순 인건비 보조가 아니라 전문기술자를 파견해 직원이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기업이 활발한 판매활동을 할 수 있도록 판매망을 넓혀 자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인건비 지원에 대해 남 대표는 "내 아이 때문에 시작하게 된 사업에서 정작 내 아이는 '직계가족'이란 이유로 인건비가 지원되지 않는다"며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인건비에 대해 적절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원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는 남 대표는 미래를 향한 당찬 포부를 전하며 인터뷰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직 손길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이 많습니다. 장소가 허락된다면 사업장을 더 큰 곳으로 옮겨 이들의 직업 교육에 힘쓰고 싶습니다. 그래야 래그랜느라는 울타리가 아닌 더 큰 사회에 나가 사회의 밀알이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