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코너 몰리면 외국행…김승유 전 회장 태도 변함없을까?

'정치적 흔들기' 거부감 산물 가능성…언젠가 고쳐야 할 태도 지적 유효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2.25 13:56:56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중국 민생은행 고문을 맡기 위해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중국으로 1월초 출국한 일을 두고 '도피성 출국' 논란이 나온 가운데 향후 김 전 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판단하는 바로미터라는 해석이 나와 이 이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외환은행 노동조합으로부터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된 상황이다. 외환은행 노조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내용의 골격은 김 전 회장은 퇴출을 앞둔 미래저축은행에 145억원의 부적절한 투자를 지시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의혹이다.

또한 김 전 회장이 4000여점의 미술품 구입을 주도하고, 퇴직금 제도가 없는데도 35억원의 퇴직금을 받았다는 점 역시 문제로 꼽힌다.

◆병역비리 논란 때 기민하고 낮은 움직임과 달라진 태도?

김 전 회장은 과거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앞두고도 수차례 출국한 전례가 있어 이번 고문 활동을 이유로 든 중국행 역시 도피성 출국으로 봐야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2012년 10월8일 이뤄진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돼 출석 요구를 받았다. 론스타(외환은행 대주주) 문제와 관련한 증인이었지만 불참했던 것. 당시 'BNB BANK' 지분 인수 및 미국 중부 한국계 커뮤니티 은행 방문과 관련, 미국 출장을 가야 한다는 이유가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국정감사를 앞두고도 증인 채택이 됐지만(미소금융재단 운영 문제) 해외로 출국한 전력이 있다. 국정감사 및 수사 압박이 들어오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해외업무 카드를 애용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이 이렇게 논란이 일 때마다 문제를 회피하는 패턴을 보였던 것은 아니다. 1999년 아들의 병역면제비리에 부인이 연루됐던 경우에는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참석 및 해외지점 순방차 출국 중이었으나 급거 귀국 방침을 세우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기도 했다.

정치적 색채 가미된 상황 겪으면서 태도 변화?

그런 김 전 회장이지만 2005년 주식불공정거래 혐의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으면서 변화가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그해 9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11월 자사주 단기매매차익 사실이 확인됐다는 금융감독원 통보를 받았다.

원래 SK그룹에 관한 내부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위치를 악용, 실제로 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했는지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피가 줄어든 셈이다. 실제로도 정황상 의구심을 갖는 것과 내부거래 여부를 밝혀내는 일은 쉽지 않다는 소리가 당시 나온 바 있었다.

이 2005년 상황을 둘러싸고 이른바 '김승유 때리기' 의혹이 불거졌던 이유가 여기 있다. 즉 당시는 하나금융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임박했던 시기였는데, 당국에서 정책에 비협조적일 수 있다며 그를 견제한다는 해석론이 등장했었다.

이 같은 시각은 김 전 회장이 지주사 수장으로 위상이 높아진다는 사실상의 문제와 그의 성격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편이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임은 불문가지다. 실제로 이후 그와 인연이 있는 MB정권이 등장한 문제와는 별론으로, 이미 이 무렵부터 그의 태도나 위상이 자의든 타의든 변화할 가능성이 거론됐던 셈이다.

'비정상의 정상화' 새 기류에 아랑곳 않는 점은 '어쨌든 흠'

또 MB정권 시절에는 자신의 행보에 필요 이상으로 '친MB 금융천왕'식의 해석이 덧칠되는 일을 겪었다. 유리와 불리를 떠나서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문제에 좌우된다는 경험이 길게 이어진 셈이다.

따라서 일단 당국이 한 번 들여다 본 사안이라든지, 이른바 경영판단의 영역이어서 대응하기 껄끄러울 뿐더러 막상 문제를 밝히기가 쉽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더더욱 곧이곧대로 대응할 필요를 못 느끼는 인식이 굳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재임 중의 여러 문제와 과다 퇴직금 등 논란으로 여전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재임 중의 여러 문제와 과다 퇴직금 등 논란으로 여전히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 하나금융지주

즉 단순히 외국행의 불요불급성을 따지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이 카드를 활용하는 게 적당하다는 계산이 깔린 행동일 수도 있지만, 자기 나름의 정당화 논리를 갖고 있는 확신적 태도로 볼 여지도 크다.

특히 새 정권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어서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 외국행 카드를 꺼내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가 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가 강한 제스처를 택하고 있는 점을 보면 후자에 무게가 더 실린다.

다만 일반인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이 같은 행보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올 수 있는 점은 숙제라고 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이런 상황 속에 그가 애착을 가진 자율형사립고교 하나고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 축소 검토와 이를 둘러싼 분쟁이 곧 수면 위까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형평성 논란 등을 이유로 50년간을 기한으로 맺었던 지원 약속을 철회(감소 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에서 그의 행보가 주목되는 것이다.

2005년 해프닝부터 그에게 유리했던 시기로 꼽히는 MB정권기, 또 새 정권이 들어선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가 보인 행보를 '조금이라도 부당하다고 느끼는 흔들기'에는 '비협조'라는 키워드로 꿰는 게 가능하다면, 서울시와의 분쟁 가능성에서도 하나고 이사장으로서 강경한 대응을 택할 가능성을 점칠 수 있다.

그가 금융인으로서 한 발 물러선 상황에서도 여전히 당분간 화제의 인물로 부각될 소지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