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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의 이미지메이킹] 나는 섹시한 당신이 불편하다

이은주 이미지칼럼니스트 기자  2014.02.25 11:4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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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걸그룹 '스텔라'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뮤직비디오 의상과 선정적 안무가 도마에 오른 것인데, 온오프라인에서 섹시 마케팅에 대한 회의적 반응이 격렬해지는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이 상황이 단지 스텔라라는 걸그룹 하나의 문제라고 보지는 않는다. 사회 전반적으로 무분별하게 범람하는 섹시마케팅에 대한 불만이 폭탄처럼 터져버린 것이다.

솔직히 방송에 출연하는 이들에게 섹시는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고, 또 그 무기는 자주 사용돼 왔었다. 성별을 떠나 남녀 모두가 반라의 상태로 방송에 출연하는 경우가 늘고 있고, 이른바 '섹드립'은 예능인들의 능력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더욱이 걸그룹뿐 아니라, 아나운서와 일반 패널들까지도 섹시함으로 승부수를 띄어 때때로 화제가 되기도 한다.

예전에 누군가가 "외국에서 중국인들은 가게를 오픈하면 교포들이 서로 도와 그 가게를 확장시키고, 한국인들은 가게를 오픈하면 한국 교포가 그 옆집에 똑같은 가게를 오픈한다"는 우스갯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그 속에 있는 의미는 참으로 뼈아프게 다가왔었다. 지금의 섹시 열풍 역시 무차별적인 복제와 벤치마킹으로 인해 함께 자멸하는 길을 걷는 것 같아 애석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TV를 켜서 채널을 돌리면 성을 상품화하는 듯한 프로그램을 종종 보게 된다. 보게 되면 생각하게 되고 그 생각은 곧 행동으로 옮겨지기 마련이다. 그러한 프로그램들을 접한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섹시함에 대한 열망의 불은 쉽게 옮겨지고 있다.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아이들까지 핫팬츠를 입고 골반을 돌리며 섹시댄스를 추고 있다.

물론 섹시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가치 없이 오로지 섹시만 추구하고 인정하고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분명 문제가 있다. 더욱이 자신의 이미지와 맞지 않게 억지로 치장한 섹시 콘셉트는 하는 쪽이나 보는 쪽이나 그리 유쾌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지난해 아주 독특한 걸그룹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적이 있었다. 크레용팝이다. 집에서나 입고 다닐만한 트레이닝복에 오토바이 헬멧을 쓴 다소 기괴한 무대의상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작은 충격에 빠트렸었다. 하지만, 그들은 대중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세간엔 이른바 '크레용팝 센세이션'이 일어났다.

그들이 대중의 시선을 잡는데 필요했던 것은 참신한 아이디어, 그것이 전부였다. 가슴이 파진 옷을 입지도 않았고 속바지 보다 짧은 치마를 입지도 않았던 그녀들은 독특한 안무와 콘셉트로 대중들의 시선을 장악했다. '내가 더 섹시해'가 아닌 '나는 더 특별해'라는 마인드가 통한 것이다.

섹시함에 대한 수요가 있기에 그들에 맞춘 공급 콘텐츠가 개발되는 것,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크레용팝의 성공으로 인해 섹시함이 아니더라도 대중들은 충분히 열광할 수 있고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은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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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함을 어필하고 싶은 욕구는 남녀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매력과 함께 어필돼야 함이 옳다. 우리나라의 국민성이 섹시에 국한돼가는 것이 애석하다. 그리고 그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 씁쓸한 요즘이다.

이은주 이미지컨설턴트 / KT·아시아나항공·미래에셋·애경백화점 등 기업 이미지컨설팅 / 서강대·중앙대·한양대 등 특강 / KBS '세상의 아침' 등 프로그램 강연 / 더브엔터테인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