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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日語에 가려진 효성 노조의 어제와 오늘

이보배 기자 기자  2014.02.20 10: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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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노동조합(이하 노조)은 노동 조건 개선 및 노동자의 사회적·경제적인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노동자가 조직한 단체를 뜻합니다.

기업·산업·지역별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는데요. 노조 설립을 둘러싸고 기업과 노동자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고, 이미 존재하는 노조와 기업 간 의견 충돌로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는 경우도 간혹 발생합니다.

지난해 연말에는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나라가 떠들썩했는데요. 철도조노는 파업 종료 두 달 만인 19일 오후 "철도노조 파업 철회 후 철도공사 경영진이 노사 간 교섭을 통한 문제해결 모다는 징계, 강제 전보 등 탄압을 통한 노조 무력화를 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24일까지 철도공사의 입장변화가 없을 경우 25일 시한부 경고 파업에 돌입할 것임을 선언했습니다. 이날은 민주노총이 국민 총파업을 예고한 날이기도 한데요. 민주노총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노동자, 농민, 빈곤층 등 기층 대중조직의 선도를 위한 범국민적 투쟁의 일환으로 국민총파업을 추진 중입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나서 "민주노총의 25일 국민총파업은 불법으로 엄정 대처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가운데 이날 국민총파업에 참여하는 기업 노조의 규모도 관심사로 떠올랐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문득 제 출입처인 효성그룹의 노조 활동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13년전 '울산총력투쟁' 또는 '화섬2사투쟁'이라 불렸던 총파업의 중심에 효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만큼 제일 먼저 포털사이트에 '효성 노동조합'을 검색해 봤습니다. 여기까지는 단순 호기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일까요? 마우스 클릭과 함께 모니터에는 효성 노조 홈페이지가 아니라 일본어로 가득찬 사이트 하나가 펼쳐졌습니다. 일본어에는 문외한이니 정확한 사이트의 용도는 알 수 없지만 흡사 쇼핑몰 사이트 같았습니다.

   효성노동조합을 검색하면 일본 인터넷 쇼핑몰로 추측되는 사이트가 열린다. ⓒ 효성 노조 홈페이지 캡처.  
효성노동조합을 검색하면 일본 인터넷 쇼핑몰로 추측되는 사이트가 열린다. ⓒ 효성 노조 홈페이지 캡처

이와 관련 효성 측은 "효성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따로 연락을 하고 지낼 일이 없기 때문에 노조 측 연락처나 활동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13년 전 총파업과 관련해서는 "오래된 일"이라며 자세한 언급을 피했습니다.

물론 오래된 일입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죠. 그러나 13년 전 대한민국 노동계를 뜨겁게 달궜던 울산총력투쟁의 중심에 있었던 효성 노조의 홈페이지가 제대로 된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 않으니 다시 되짚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효성 노조가 강력한 파업을 벌인 2001년은 경제 위기 속에서 곳곳에서 구조조정 사태가 이어지던 때였습니다. 2001년 5월28일 효성 노조는 사측의 대량해고에 맞서 13년 '무쟁의'를 깨고 전면 파업에 돌입했는데요. 당시 효성 노조는 가스총, 전기봉 등으로 무장한 용역깡패와 공권력과의 충돌로 사회적 관심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같은 해 6월5일에는 울산지역을 중심으로 경찰 투입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됐고 효성에 이어 태광, 고합 노동자들이 파업에 가세하면서 '화섬 3사 투쟁'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불이 붙어 울산지역 내 다른 기업 노조도 파업에 참여하는 등 연대가 확산됐고, 울산 시내에선 노동자 1만 여명이 모여 1987년 이후 최대 규모 가두시위를 매일 벌였습니다.

하지만 113일이나 지속된 효성 파업은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효성 노동자들은 9월15일 현장 복귀했지만 사측은 300여명의 파업 참가 조합원 전원을 징계했고, 40명을 해고하는가 하면 구속된 조합원만 5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때 해고된 노동자들의 모임인 효성 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이하 해투협)는 아직도 존재합니다. 2002년부터 지난한 복직 투쟁을 벌이면서 몇 명의 해고자들이 사망하고,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남은 해고자들은 지금까지도 현장 복귀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당시 총파업에 대한 평가는 평가 주체에 따라 엇갈릴 수 있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노조가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최우선 삼아 노력한다면 조합원의 근로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고, 반대로 노조가 시장에서 정해진 것 이상의 보상을 원한다면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결국 노조의 존재는 그 존재자체로 평가되기보다 어떤 역할이 중심이 되는가에 따라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할 것입니다.

한편, 2001년 이후 효성 노조는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한국노총으로 둥지를 옮겼습니다. 현재 효성 노조는 한국노총 산하 △효성 폴리에스터 △효성 울산공장 △효성 언양지부 △엔에이치테크 노조가 운영되고 있으며 화섬노조 효성 언양지회는 지난 11월 민주노총에 노조를 출범, 복수노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