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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스포츠세상] '빙상연맹 사태' 비난에 앞서…

'갈등·파벌·왕따' 스포츠협회 문제…'스포츠마케터 양성'이 답

김재현 스포츠칼럼니스트 기자  2014.02.19 09: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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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갈등·파벌·왕따….' 2014 소치동계올림픽 개막 이후, 아마도 국민들에게 가장 많이 회자된 단어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논란의 중심에는 빅토르안, 안현수 선수가 있다. 쫓기듯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와 쇼트트랙 내의 파벌과 갈등에 대한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또 그의  뛰어난 경기력에 국민들은 러시아 대표인 그에게 격려와 응원을 아끼지 않는 이례적인 현상이 주요 얘깃거리로 떠오르면서 스포츠협회의 문제가 본격 도마 위에 올랐다. 

우리 빙상연맹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일련의 사건들이 각종 매체와 SNS 등을 통해 일파만파 퍼지면서 빙상계는 패닉상태에 빠졌고, 곧 큰 변화를 맞이하기 직전에 놓인 듯 보인다. 
 
필자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안현수 사건'으로만 볼 수가 없다. 이 문제가 스포츠 전체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스포츠 현실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할 시기가 찾아 온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선수들은 올림픽,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출전하고 세계 정상에 오르기 위해 정말 피 나게 노력한다. 이러한 체육 현장에서 선수들은 지도자로부터 자질, 인성, 성적 등 많은 부분에 있어 지도를 받고, 지도자들은 양질의 교육을 전달하기 위한 인성, 교육 그리고 지도 환경 등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이들이 속해있는 협회, 연맹 등의 운영·감사 시스템이다. 
 
하지만 협회와 연맹이 제대로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음에도 이를 개선하지 않고 미뤄둔 것이 쌓여 큰 경기 때마다 관련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다. 제대로 된 역할을 해주지 못하는 데에는 이번 빙상연맹의처럼 연맹 내 구조적인 문제 때문인 것도 있지만, 컬링대표팀의 경우처럼 재정 문제로 인해 선수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해야하는 일도 흔히 있다.  
 
컬링대표팀의 경우 유망종목이 아니라는 이유로 태릉선수촌에 입성하지도 못하고, 근처 숙소에서 훈련과 관련한 모든 제반사항을 스스로 해결해왔다. 재정 악화로 컬링연맹 측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다. 이처럼 소위 '돈이 되는(된다고 판단되는)' 스포츠 종목을 제외한 다른 종목의 열악한 '스포츠생산자 집단'인 협회들은 재정난에 허덕이며 시·도협의회의 사무국장들의 급여가 밀릴 정도로 정부의 보조조차 받기 힘들다. 
 
이런 경영시스템에서 지도자를 지원하고 훌륭한 지도자를 배출할 수 있을까? 학교에 소속되지 못해 기본적인 복지 혜택도 받지 못하고 학부모들의 쌈짓돈을 나눠 급여로 받아 생계를 유지해 나가는 지도자들이 양질의 교육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주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하지만 정부 탓만 해야 할까? 기업이 후원을 해줄 때까지 기업만 쳐다보고 있어야 할까? 아니다. 재원 마련을 하는 주체, 즉 '사람'이 뛰어야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스포츠경영관리사'라는 국가공인자격증이 있고, 이 자격증 소지자들은 스포츠 현장에서 '마케터'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스폰서십을 유치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들이 협회는 물론 학교와 지자체, 그리고 각 팀에 한명씩 배치되어 팀의 재원 마련을 위해 뛴다면 보다 많은 기업들이 그 종목을, 그리고 그 선수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
 
상품도 만드는 사람이 있고 판매하는 사람이 있듯, 스포츠마케터가 합리적인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끊임없이 제안해 기업을 움직인다면, 보다 많은 선수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비인기종목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스포츠마케터의 역할이 중요하고, 보다 많은 스포츠마케터 꿈나무들이 스포츠마케팅 시장에서 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더하여 협회, 연맹 등에서 스포츠마케터들의 활동에 대한 우수사례를 서로 교류하고 소통한다면, 많은 협회들이 재정적 압박에서 벗어나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선순환경영시스템이 가능해질 것이다.
 
15년 전쯤 전국을 돌며 스포츠클럽을 운영하고, 사회복지관에서 축구팀을 운영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생활체육 확산을 목적으로 부모들의 부담을 최소화해 운영했음에도 운영할 자금은 늘 부족했다. 이에, 제안서 하나를 가지고 대기업은 물론 외국계·지역기반 업체 등 다양한 기업을 돌아다니며 운영자금을 마련했다. 
 
프로구단이 아닌 작은 동, 구에서 이루어지는 스포츠클럽에 후원을 요청하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일처럼 보였지만, 어린이들의 유니폼에 후원기업의 CI를 새겨 넣고, 연 2회의 이벤트를 개최하고 각 종목별 스포츠스타들의 참여를 부탁해 PR 활동을 함으로써 가능하게 했다. 스포츠마케터로서 해서 안 되는 일은 없는 것을 느낀 30대 때의 경험이었다.
 
얼마 전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토크콘서트 '날개를 달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음료수 한 캔을 받기 위해서 담당자에게 고개를 숙이며 이끌어낸 후원 덕분에 보다 풍성한 행사가 될 수 있었다.
 
이제 스포츠는 단순한 산업의 한 종류를 넘어서 '시장논리'로 접근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보조만을 쳐다볼 수 없고, 기업의 후원만을 기다릴 수 없다. 부모들의 지갑만 쳐다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리고 편 가르기와 재정 악화에 선수들이 피해보는 일은 더더욱 없어야 한다. 
 
                                         
                                    
진정 선수들을 위한 협회, 연맹이 되기 위해서는 스포츠마케터를 양성하고, 이들의 역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스포츠산업에서 시장논리를 알고 움직이는 스포츠마케터들이 발 벗고 나서서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기업과 스포츠팀이 서로 윈-윈 하는 방법을 강구해내야 한다. 
 
김재현 스포츠칼럼니스트 / 체육학 박사 / 문화레저스포츠마케터 / 저서 <붉은악마 그 60년의 역사> <프로배구 마케팅> 외 / 서강대·경기대·서울과학기술대 등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