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이 사람] 뇌성마비 직업재활의 '러닝메이트'

'꿈을 일구는 마을' 사회적기업으로 성장시킨 가슴 뛰는 사연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2.18 12:17:4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재활은 쉽지 않다. 작업능력이 일반에 떨어져 극복할 애로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사회적기업 '꿈을 일구는 마을'의 탄생은 그런 점에서 각별하다. 여기서 뇌성마비인들은 생활도기와 칠보 장식품을 제작, 판매하는 한편 각종 체험학습에 강사로 나서면서 사회인으로서 또 직장인으로서 자긍심을 갖는다.
   꿈을 일구는 마을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받은 상장과 상패. 이처럼 인정받는 뇌성마비인들의 자립 사회적기업이 되기까지 이들과 함께 한 러닝메이트들이 적지 않다. = 정수지 기자  
꿈을 일구는 마을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받은 상장과 상패. 이처럼 인정받는 뇌성마비인들의 자립 사회적기업이 되기까지 이들과 함께 한 러닝메이트들이 적지 않다. = 정수지 기자

그런데 이 사회적기업이 원활히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의 사업단에서 출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또 사회적기업으로 차차 성장해 온 과정을 살펴 보면 복지사 등 여러 사람들의 노고가 숨어 있다. 사회적기업 '꿈을 일구는 마을'이 입주해 있는 서울 노원구의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을 찾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 중 일부를 싣는다.

뇌성마비인 '직업적 성취' 지켜본 산 증인들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의 사회재활부 작업팀장 직함을 갖고 있는 빅미순 팀장은 장애인들이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더 직업을 가질 필요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박 팀장은 여러 업무를 진행해 본 사회복지부문의 베테랑. 그런 그도 처음 꿈을 일구는 마을 사람들이 '강사 선생님'으로서 거듭나기 위해 준비, 결국 성공적으로 이를 마쳤을 일은 유난히 떨리고 생생하게 기억한다.

   박미순 팀장. = 정수지 기자  
박미순 팀장. = 정수지 기자
제품을 만들어도 판로 개척이 쉽지 않은 상황 속에서 새 영역을 개척한 보람 때문이다. 

제품을 생산하는 일에는 나름대로 기본기를 갖게 됐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알린다는 강사의 역할은 이와는 또다른 '교수법'을 익혀야 하는 일이다.

즉, 뇌성마비인들에게 큰 도전이었기 때문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캠프의 체험학습 강사로 나설 계획이 잡히자, D-day를 6개월 앞둔 시기부터 기간을 잡고 준비했던 기억이 새롭다.

우선 늘 특정한 장소만 오가던 생활 패턴을 극복하는 일이 중요했다. 공원 등 '열린' 공간에 나서도록 이끌었다. 또 복지관 식당 등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낯가림을 없애는 것도 좋은 연습 기회로 살렸다. 

   강민정 교사는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직업재활팀 소속이다. = 정수지 기자  
강민정 교사는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직업재활팀 소속이다. = 정수지 기자
이렇게 시작한 작업은 쉽지 않았지만 어떤 작품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남 앞에서 진행하는 목표 단계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 결국 반년간의 노력 끝에 뇌성마비인들이 강사로서의 데뷔에 성공한 것이다.

이렇게 첫 발을 떼면서 그 다음해부터 꿈을 일구는 마을로 학교 등에 동아리활동 명예교사 등으로 위촉 의뢰가 들어오는 등 성과로 이어졌다. "현재 15개교 규모로 이들의 진출 폭이 넓어졌다"는 게 박 팀장의 설명이다.

같은 재활팀의 강민정 교사는 원래 공예디자인을 전공한 미술학도였다.
   공예디자인을 전공한 강민정 교사가 작업장에서 도기 작품을 빚는 과정을 함께 하고 있다. = 정수지 기자  
공예디자인을 전공한 강민정 교사가 작업장에서 도기 작품을 빚는 과정을 함께 하고 있다. = 정수지 기자

교수 추천으로 이쪽에 발을 딛게 된 케이스다. 2010년부터 인연을 맺은 강 교사는 전공을 살려 꿈을 일구는 마을의 뇌성마비인 작가들과 제작에 관련한 각종 의논을 하기도 하고, 이들이 외부에 강사로 나서는 경우 말이 어눌해 어려움이 없지 않기 때문에 함께 나서기도 한다.

즉, 과거 전공을 살려 각종 기술적인 면에서 돕는 역할을 맡고, 강사로서의 프로그램 진행에도 관여하는 것이다.

같은 뇌성마비인들이라고 해도 작업의 능력에 차이가 있다. 강 교사는 작품을 만드는 것은 모두 함께 한다고 전제하지만 작업 능숙도나 여러 상황을 고려, 만들어진 작품을 관리하거나 판매 활동 하는 것을 함께 진행하는 등 역할을 분담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작업 기능이 좋은 분들은 정교한 기술 필요한 경우에 작업(투입)을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내에 뇌성마비 직업재활을 하는 곳은 3개소 밖에 없다. 이 중 하나의 전문기구에서 힘을 보태고, 뇌성마비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하는 과정을 함께 한다는 점에 이들은 격무에도 불구하고 만족을 표한다.

   송원 직업재활사에게 첫 직장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는 뇌성마비인들과 함께 하면서 현장에서 얻는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 정수지 기자  
송원 직업재활사에게 첫 직장의 의미는 남다르다. 그는 뇌성마비인들과 함께 하면서 현장에서 얻는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 정수지 기자
새내기 직업재활사 "첫 직장의 보람 커"

'꿈을 일구는 마을'과 함께 일하는 송원 직업재활사도 이곳이 첫 직장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의 직업재활사로 채용된 그는 파견 형식으로 '꿈을 일구는 마을'과 함께 일하고 있다.

송 직업재활사는 "(장애인들에게) 직업적인 훈련이나 평가를 통해 맞는 직업을 찾아내고, 최종적으로 자립을 해서 사회에 통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직업재활사의 역할을 설명했다.

현재 장애인의 재활 시스템은 지적장애인 위주로 맞춰져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뇌성마비인들의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적지 않을 터이지만, 월급을 받아 친척과 동생들 용돈을 주었노라 뿌듯해 하는 뇌성마비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꿈을 이루는 마을과 함께 일하는 작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