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사회적기업 탐방 76] 뇌성마비인이 '꿈을 일구는 마을'…세상과 소통 자긍심

칠보공예 제품 만들며 강사로도 활동, 작가로 거듭나며 역할 확대

임혜현 기자 기자  2014.02.18 11:39:57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칠보 공예는 예로부터 아름답고 귀한 색상을 낼 수 있어 보배로운 물건을 만드는 데 활용돼 왔다.

하지만, 금속 등의 재료에 유리질의 유약을 발라 녹여 붙이는 과정을 거치는 등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제작이 쉽지는 않다. 이런 칠보 장식품을 제작하고 도기를 빚는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사회적기업이 있다. 특히, 이들은 물건을 직접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강사로 나서면서 사회와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다.

'꿈을 일구는 마을'은 뇌성마비인들을 위해 운영되던 도예교실·공예교실 등에서 유래한다. 1990년도부터 이 같은 교실의 예술 활동을 통해 뇌성마비인들의 잔존 기능을 활용하고 잠재된 재능을 발굴, 연마해 왔는데 나중에 이를 직업재활의지와 연결시키면서 사회적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반짝이는 칠보 공예품들. 꿈을 일구는 마을에서는 도예와 칠보 작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 정수지 기자  
반짝이는 칠보 공예품들. 꿈을 일구는 마을에서는 도예와 칠보 작품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 정수지 기자
   도예품 제작 장면. 우측에서 박미순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팀장이 돕고 있다. = 정수지 기자  
도예품 제작 장면. 우측에서 박미순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팀장이 돕고 있다. = 정수지 기자

'꿈을 일구는 마을'은 2009년 서울지방노동청이 주관하는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에 선정됐으며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활동하면서 능력과 열의를 인정받았다. 그 결과, 2012년 12월 '사회적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2013년 12월에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2013 장애인먼저 실천상'에서 적십자사 총재상을 수상했다.

발로 붓질하면서 땀방울 흘려 반짝이는 칠보 작품 만들다

  칠보 작품 제작을 위해 발로 붓질을 하는 장면. = 정수지 기자  
칠보 작품 제작을 위해 발로 붓질을 하는 장면. = 정수지 기자
취미로 오랜 시간 기능을 익혔더라도 막상 남에게 판매를 해야 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산하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의 재활팀 직원과 교사 등이 이들을 돕고 있다. 또 한국뇌성마비복지회에서 직업재활사가 파견돼 있는 점도 힘이 된다.

발로 붓질을 해 유약을 입혀 칠보 공예를 하거나 손으로 화분 등 생활공예품을 빚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끊임없는 작업 숙달로 현재 9명의 뇌성마비인이 고용돼 '직장인'으로서 성공적으로 일하고 있다.

현재 화분과 접시, 수저받침이나 컵 등 다양한 생활도예 작품의 주문 제작이 가능하다.

칠보의 경우에는 목걸이, 머리핀이나 핸드폰줄 같은 소품부터 감사액자 같은 고급스러운 기념품 주문까지 가능하다. 작품 수량(재고)이 없을 경우를 기준으로 칠보 작품은 5일, 도예는 15일에서 20일가량 소요된다.

또 여기서 일하는 뇌성마비인들은 작업장에서 작품을 만드는 외에도 체험교실 등의 강사로도 나선다. 신청 기관 및 학교에 장소가 있는 경우 강사를 파견하고 행사나 축제 등 단체 일일체험도 가능하다.

'작가'와 '강사 선생님'으로서 자립, 외부세계 '노크'

뇌성마비인들의 경우 작업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밀한 작업을 하는 게 쉽지 않다. 또 말이 어눌한 경우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도 있어 보조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꿈을 일구는 마을 활동을 돕고 있는 박미순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사회재활부 직업재활팀장은 사회복지분야에서 오래 일해 온 베테랑이다. 박 팀장은 장애인들이 직업을 통해 자긍심을 크게 고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정수지 기자  
꿈을 일구는 마을 활동을 돕고 있는 박미순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사회재활부 직업재활팀장은 사회복지분야에서 오래 일해 온 베테랑이다. 박 팀장은 장애인들이 직업을 통해 자긍심을 크게 고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정수지 기자
하지만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작품을 만들고 다른 이들에게 방법을 알려주는 '작가'로서도 이들은 역할을 넓혀 나가고 있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는 것이 익숙치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강사로 나서기 전 약 6개월간 준비작업과 연습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몸에 익혔다.

이들이 여러 중학교 등에서 동아리 활동 강사·명예교사로 임명된 '위촉장'은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데 성공한 징표라고 할 수 있다.

1일 4시간 근무 자긍심 얻는 보람의 직장

  꿈을 일구는 마을의 오뚜기캠프 체험교실 진행 현장사진. 꿈을 일구는 마을은 사회적기업이다. 뇌성마비인들은 여기서 작품 제작은 물론 강사 활동 진행 등을 도모하고 있다. ⓒ 꿈을 일구는 마을  
꿈을 일구는 마을의 오뚜기캠프 체험교실 진행 현장사진. 꿈을 일구는 마을은 사회적기업이다. 뇌성마비인들은 여기서 작품 제작은 물론 강사 활동 진행 등을 도모하고 있다. ⓒ 꿈을 일구는 마을
현재 작품 판매 등으로 올리는 매출은 연 8000만원 정도다. 판로 개척 등을 더 넓히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게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작업에 힘이 부치는 점을 극복하고 일을 손에 익혀 얻은 성과인 데다, 체력 안배를 위해 1일 4시간 근무를 진행(초창기에는 8시간 근무였으나 검토논의 후 조정)하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보람있는 결과라는 점은 분명하다.

박미순 서울시립뇌성마비복지관 직업재활팀장은 "장애인일 수록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직업을 갖고 있는 게 삶의 질을 높인다"고 말했다.

직업이 없다면 이들은 오롯이 사회의 도움을 받는 수급자가 될 수밖에 없는데 직업인이 되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은 "(뇌성마비인 등 장애인의) 직업이 저희가 꼭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여러 장애인들의 문제 해법에서 직업과 생산을 늘리고 자활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투자를 더 할 필요가 높다는 점을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