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주 취재차 인사동을 거치던 길이었습니다. 거리 한복판에 붓 모양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더군요. 붓이 마치 먹물을 머금고 있는 것처럼 생기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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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방사우 중 하나인 붓은 5000여년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 하영인 기자 |
이를 보니 문방사우(文房四友)가 떠오르네요. 학문하는 선비와 늘 함께 다니는 4명의 친구, 종이·붓·벼루·먹 말입니다. 중국에서는 보배처럼 진귀한 친구들이라는 뜻으로 문방사보(文房四寶)라고 부르는데요. 여기서 '문방'은 중국에서 처음 형성된 말로 문학을 연구하는 관직 이름이었습니다. 이는 시간이 흘러 서적을 모아두고 학예 활동했던 서재를 칭하게 됐죠.
다들 학창시절 지필연묵(紙筆硯墨)을 준비해 글을 써내려가거나 그림을 그렸던 경험이 한 번쯤 있으실 텐데요. 필자도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벼루에 먹을 갈고 먹물을 듬뿍 뭍인 붓으로 화선지에 엉성한 그림을 '뚝딱' 그려냈던 기억이 납니다. 전문적으로 배우는 게 아니었던 그 시절에는 붓 하나만 있으면 만능이었지요.
문방사우에서 붓은 크게 그림 그릴 때와 서예 용도로 나뉩니다. 특히, 그림 그릴 때 사용하는 붓의 종류는 참 다양한데요. 원하는 색을 입힐 때 정교함을 위해 붓대와 붓털이 짧은 '채색화 붓', 산과 물을 자연스레 그릴 수 있도록 붓털이 긴 '산수화 붓'. 이 외에도 사군자 붓, 장유 붓, 세필 붓 등이 있습니다.
붓은 벌써 5000여년의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요. 먹은 약 3000년 전에 탄생했으며, 벼루와 종이는 각각 춘추시대와 동한시대에 생겼습니다.
한편, 중국은 지난해 유네스코에 문방사보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답니다.
현재는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자연스레 지필연묵을 일상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졌지요. 그렇지만 쓰임새는 줄어들지라도 그 가치에는 오르막길만이 존재할 뿐, 결코 감소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기계로 찍어낸 반듯한 글씨로는 우리에게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련되고 화려한 작품은 강렬한 인상을 주지만, 동양인의 정서가 담긴 한 편의 동양화는 우리의 심금을 울리곤 하죠.
그때의 추억이 담긴 먹의 향기가 그리운 요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