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편의점을 통해 '인생 2막'을 연 정남훈(59)씨는 지난 2003년 3월, 22년간 몸담았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 사정을 잘 아는 아내마저 "아들이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갔는데 어떡하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일 삼아 올라간 관악산 국기봉. 발 아래 펼쳐진 그림 같은 도시를 보니 '나만 빼고 다들 저 안에서 열심히 일하겠구나. 뭐라도 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퇴직 후 넉달을 일 없이 지내던 그의 인생 2막이 시작됐다. 퇴직금을 모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편의점을 연 것. '장사꾼'으로 이름난 친구를 데리고 수십 여 곳 발품을 팔고 장사가 얼마나 잘 되는지 확인하려고 하루 종일 점포 앞에서 진을 쳐 골랐다. 그러나 기계를 다루는 게 서툴러 물건 발주하는데 꼬박 열 시간이 걸렸다.
개점 초기 3개월마다 하는 재고조사에서 540만원 '펑크'가 난 적도 있다. 아르바이트생을 구하지 못해 점포에서 쪽잠을 자며 장사도 해야 했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심해져 담배 한 대 피울 힘도 없었다. 하루 1갑 반을 피우던 담배를 자연스럽게 끊었다.
하지만 정씨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가 편의점에서 땀방울을 흘리는 동안 대학생·고등학생이던 자녀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모두 외국계회사에 취직했다. 하루 160만원이던 매출은 300만원대로 올라섰다. 동창모임에서 "일을 가진 네가 가장 행복해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면, 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오는 21일, 그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기 위해 강단에 선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준비한 '창업스쿨'을 통해서다.
CU 창업스쿨은 편의점 창업에 관심이 있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편의점에 대해 정확한 정보와 '창업 선배' 이야기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 지난해 11월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상으로 처음 시작, 이번이 두 번째다. 정남훈씨는 이번 창업스쿨에 강사로 나와 편의점을 통해 인생 2막을 시작하며 겪은 어려움과 이를 이겨낸 노하우를 들려줄 예정이다.
정남훈씨가 강사로 나서는 이번 CU 창업스쿨은 인생 2막을 준비하는 40~60대를 대상으로 오는 20일부터 21일까지 이틀간 진행된다. 편의점을 통해 인생 2막을 열고 있는 가맹점주와 대화할 수 있고 개인 사업으로서 편의점이 가진 장점 등을 알아볼 수 있다. 모의 점포에서 실제 운영실습도 해볼 수 있다.
서울 삼성동 BGF사옥 별관 3층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예비창업자만 신청할 수 있다. 교육은 전액 무료다. 참가 신청은 18일까지 방문이나 우편, 전자메일로 하면 된다. 더 많은 정보는 BGF 리테일 홈페이지와 고객센터를 통해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