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저금을 받아도 굴리기 마땅찮은' 저수익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 고객이나 은행 모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다 보니 예금이 주춤하고 있고, 특히 정기예금 규모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은행 정기예금은 558조8983억원선이다. 1년 전보다 16조원가량(2.9%) 줄어들었다. 전년 대비 정기예금이 줄어든 것은 8년만이다. 카드사태의 여파가 금융에 영향을 미치던 2005년 이후 처음이기도 하다. 감소액 기준으로는 1961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인 점에서도 우려를 사고 있다.
정기예금 뿐만 아니다. 보통·당좌예금이나 적금 등을 모두 합친 총예금도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총예금은 1009조6854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2.0% 늘어나는 데 그쳤다.
◆목돈 받아들여도 반갑잖은 은행권의 속내 결국…
정기예금 감소 등 저금리·저수익시대의 여파로 은행권 수신이 영향을 받고 있다. 이렇게 수신기반이 약해지면 결국 장기적으로 대출금리도 높아지게 돼 중소기업 등 약자부터 자금의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새로운 대출시장을 뚫어 현재 상황을 타개할 필요가 높다. ⓒ 프라임경제 |
시중의 부동자금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은 이런 사정과 연결된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으로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이 704조원을 상회한다.
금리 조건이나 운용 여건 등 '시장'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결과이기 때문에 당장 이것이 옳지 않다고 지적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한 번 이렇게 위축된 수신(예금받기) 기능이 나중에 제대로 회복되지 못하는 경우가 문제다. 은행의 수신기반 위축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은 결국 대출금리 상승효과를 상쇄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새로 돈 돌릴 곳 창출 필요+경제위기 극복 순기능 강화 1석2조?
이에 따라 은행권이 소극적 행보 대신 새로운 여신시장을 창출해 '혈액순환'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가계대출은 이미 큰 폭탄을 안고 있고 부동산대출과 연계돼 있어 연착륙이 필요한 상태라 이쪽을 새 개척 부문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기업금융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돌파구라는 뜻이다. 하지만 역량이 있는 대기업은 정작 은행의 자금을 쓸 필요가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불안한 중소기업쪽을 노크하기엔 불안감이 적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 미래에 수익 창출이 기대되는 기술과 아이디어의 가치를 평가해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요청이 하루이틀된 게 아니지만, 아직 답보 상태 조금 과장해 말하자면 전인미답 상황에 있는 것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역을 활성화하면 큰 시장이 창출된다는 점에 시장 개척 노력이 진행 중이다. 현재 기술평가시스템 구축 방안 등 기술금융 활성화를 통해 유망한 기술력을 지닌 중소기업에 돈의 흐름을 뚫는 방안이 금융위원회 등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대출로 실제 연결되려면 '객관적' 평가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정보 수요자가 공유하고 대출 준거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기로 했다.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정책 금융기관은 물론 시중은행 등의 참여가 본격화되면 현재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잔액 기준으로 약 100조원 가량이 앞으로는 기술력만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자금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방안이 구체화되고 각 시중은행이 실제로 대출에 나서게 되면 중소기업 체질 강화라는 공익적 역할을 진행하면서 은행권이 수신기반과 여신능력을 모두 원활히 유지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침체 상황에 대한 대응을 넘어서서 더 나아가 '극복' 원동력을 창출하는 결과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