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4.02.15 15:31:29
[프라임경제] 매 앞에 장사없고, 가랑비에도 옷은 젖는다고 했다. 1심 판결이지만 CJ그룹이 엄벌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향후 CJ그룹의 경영 색깔과 성과에 대한 영향력 크기가 일찍부터 관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아직 언급하기 이런 감도 있으나 항소심과 법률심을 거치면서 이재현 회장 치세에 제시된 '종합문화그룹의 꿈'은 청사진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하겠다.
◆현대차그룹, 부실채권 로비+기업승계 문제+공정위 스크린까지 전방위 난타 '결과는?'
이번 사건을 보면서 현대기아차그룹이 2006년 겪었던 상황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비자금으로 수사 대상으로 지목됐는데, 여기에는 과거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이 갖고 있던 구조적 문제 그리고 고 정우영 회장 시대가 저물 무렵 현대가 분리 과정(2000년대 초반)에서 남은 앙금 등이 한꺼번에 작용했다.
당시 언론은 그래서 현대차 비자금 사건의 독특성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이는 엄벌 위주로 수사할 것임을 시사하는 검찰에서도 사용된 표현이나, 구조가 복잡하고 처리가 난감하다는 뜻으로 바라봐도 같은 표현이 가능하다. 즉 같은 단어, 다른 결로 사용된 경우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사정이 안 좋았던 것이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시로 재벌의 편법 경영에 대한 처벌 의지 천명을 한 시대였고, 실제로 검찰은 비자금 문제를 들여다 보면서 기업승계(글로비스 건), 현대차가 기아차 핵심계열사를 팔았다 되사며 부채를 탕감한 문제 등을 모두 건드렸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하도급업체 납품가 후려치기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들여다 보는 등 2006년은 현대기아차그룹으로서는 사상 유례없이 힘든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항변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국민정서법에 일정 부분 기대 전방위로 먼지털이가 진행됐던 셈이다. 현대기아차그룹 계열사 중 현대차나 현대모비스 등은 2008년경이면 현금배당을 주주들에게 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을 했지만, 기아차의 경우 유휴자산을 매각 처분하고 임원들이 연봉 20%를 반납하는 등 자구 노력을 전개할 정도로 상당 기간 고전했다. 논리적으로 설명을 모두 할 수 없는 영역이지만, 그룹 전체가 호되게 시달린 정신적 후유증을 기아차가 대표격으로 도맡아 앓은 것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
◆'이재현 때리기' 실제로 그룹 전반 부진 가져왔나 우려감 상승
그리고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 2014년 CJ 문제에 (2006년 현대기아차그룹에 그랬듯) 유독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떠오르고 있다.
CJ그룹 수장 부재 우려가 그룹 전체의 위기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먼지털이식으로 당했던 현대기아차그룹의 여파를 함께 연상하는 것은 CJ그룹에서 이 회장이 차지하는 위상이 크다는 데 기인한다.
이런 사정은 CJ그룹의 뿌리인 CJ제일제당이 바이오 사업부분의 실적악화 등으로 영억이익이 전년 대비 30% 급감을 겪은 대목 등과 실제로 연결된다. 물론, 케이블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 증가하며 업계 최초 매출 1조원 돌파를 기록했다. 그러나 내막을 보자면, 영업이익은 반대로 23%나 감소하는 등 고전하는 것으로도 연결된다.
여러 사업이 공회전하거나 중단된 점도 같은 맥락이다.
CJ를 '이재현호'로 칭하거나 혹은 '이재현 일가의 것'으로 막바로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하지만, 과거 기업들의 구태를 모두 안고 있다가 이를 정리하는 와중에 질타 대상으로 지목됐던 2006년 현대기아차그룹의 상황에서처럼 지금 CJ 속의 '이재현 비중'은 상당하다. 즉 현대 창업주 일가의 맏이인 MK가 지던 짐의 크기는 지금 '이재현+CJ'의 관계와 흡사하다.
특징이 별로 없던 재벌그룹이던 CJ를 종합문화미디어의 중심 기업군으로 바꿔가려고 추진하던 이 회장이 비자금이라는 구태로 궁지에 몰렸는데, 그가 지고 있던 짐을 떠안아줄 모델도 그룹 안에 보이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전문경영인들을 동원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응하면 된다고 이야기할 지 모르겠으나, 이런 상황 속에서는 현상 유지 정도는 몰라도 'CJ=종합문화그룹의 꿈'은 물 건너 갈 공산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