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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현대차처럼 코너 몰린 CJ…오너십 부재 차질 불가피

중요 시기에 정조준당한 총수 '비대위 꾸릴 수 없는 슬픔'

이보배 기자 기자  2014.02.15 14: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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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1심 법원에서 실형 선고를 받으면서 경제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J그룹에서는 즉각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외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자금을 활용했다는 혐의에 대해 기업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항변을 해 온 CJ측으로서는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항소의 이유는 1657억원 상당의 탈세와 횡령,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데 대한 법률적 논쟁과 그 정리 필요성 뿐만 아니라, 향후 CJ그룹이 겪을 수 있는 총수 부재에 따른 경영차질이 예상 외로 심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와 채용 계획, 브레이크 걸리다

CJ그룹은 아직 투자와 채용 계획을 최종 확정 짓지 못했지만, 투자의 경우 전년대비 감소할 것이 확실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판결이 (법정구속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할지라도)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총수부재에 따른 경영차질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기업으로선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실제 CJ그룹은 매년 1월말, 또는 2월초에 확정해오던 투자 및 채용 계획을 아직까지 확정 짓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다.

CJ그룹 내외에서는 단기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해외시장 개척이나 대규모 투자 결정은 그룹 총수가 아니면 하기 어렵다는 부담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그 이유를 보고 있다.

특히 이재현 회장의 경우 삼성그룹 분리 당시 식품회사에 불과하던 CJ제일제당을 홈쇼핑과 영화, 케이블방송, 물류 등으로 확장하는 창조적 리더로 큰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그가 없는 상황에서 비상경영으로 그룹을 굴려나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기아차그룹의 2006년 총수 부재 대응 전철 밟을 듯

그럼 왜 CJ그룹은 이 회장 공백이 길어지면서 위기대응 시스템을 마련, 본격 가동하지 않는 것일까? 비상경영의 틀은 마련돼 움직이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투자계획 상당수가 지연되거나 중단됐다는 점을 보면 소극적으로 '현상 유지 관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위에서 언급한 이 회장의 역할, 즉 그룹의 체질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시기에 큰 짐을 오너가 지다가 수사와 재판 대상이 되는 난관에 봉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목에서 과거 우리나라 주요 그룹들이 총수 부재 사정을 겪는 경우를 보면, 여러 모델이 나름대로 자신들의 사정에 따라 채택되는 걸 알 수 있다. SK쪽처럼 전문경영인을 내세워 돌파하는 경우(2003년 최태원 회장 부재시 손길승씨의 막중한 역할)나 '형제의 난'으로 세간의 질시를 받으면서 그룹 회장 사퇴라는 상황을 겪은 두산그룹(비상경영위원회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처럼 비교적 선진적 모델이 있다.

그런데 비자금 문제 등으로 2006년 곤욕을 치렀던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경우 부재시에 비상대책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고 각사가 각자 경영하는 길을 택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 일가 분리라는 이슈를 치른지 얼마 안 돼 정 회장의 비중이 컸다. 당시 부실채권 정리와 기아차를 통한 정의선씨의 후계 수업 준비 등 현안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회장의 자리를 특정 인물이나 시스템만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CJ그룹 역시 각사가 알아서 대응하는 모델로 갈 가능성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뒤집어 보면, 결론적으로, 큰 폭의 대응이 그만큼 어려워진다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공든 탑들 완성 목전에 두고 와르르 '우려 상승'

이런 상황에 CJ그룹이 추진하다 중단 등 위기에 맞딱뜨린 사업들을 한 번 살펴 보자.

우선 새로운 글로벌 성장동력으로 추진 중이던 CJ제일제당 생물자원사업부문의 경우 지난해 베트남과 중국에서 각각 사료업체 인수를 추진하다, 의사결정 지연으로 최종 인수 단계에서 중단됐다.

또 CJ그룹이 2020년까지 글로벌 물류 5대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CJ대한통운도 미국과 인도 물류업체 인수를 검토하다 협상 단계에서 좌초돼 안타까움을 더한다. 글로벌 물류기업 도약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자체 브랜드 개발 및 글로벌 시장 확장에 박차를 가해온 CJ오쇼핑 역시 M&A 차질이라는 난기류를 만났다.

비자금 특히 해외의 조세피난처를 악용하는 일이 죄의식 없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으나, 이에 대한 죄상 규명이나 책임 추궁에 과거 관행 문제가 어디까지 작용하는지를 함께 살필 필요도 있다. 무엇보다 특색없던 재벌그룹에서 '종합문화그룹'으로 환골탈태하려던 CJ가 지나치게 가혹한 여론재판으로 그 선장을 잃고 주저앉게 만드는 상황은 피해야 하지 않냐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