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의대 중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원광대학교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학교측이 한방병원 중 일부를 폐쇄하고 암전문 양·한방 협진 병원으로 만들겠다는 통·폐합안을 전격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겨울방학 기간 중임에도 학생들은 학교에 모여 항의 집회에 나서는 한편,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컨설팅 받고 막바로 구성원과 상의 없이 결정 논란
학교법인 원광학원은 원광대 의과대학병원과 익산한방병원을 합쳐 통합암병원을 설립하기로 1월24일 이사회에서 결정했다. 한편 산본한방병원은 산본병원에 통합키로 결정했다. 즉 익산과 산본의 두 한방병원은 오는 28일까지 문을 닫고, 전주와 광주 등 전국 7개 부설병원으로 흡수, 통합된다. 이에 대해 한의대 학생들은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 중이다. 두 학문간 상생의 길이 열리는 게 아니라 의대가 중심이 되는 재편 과정에 한의대만 희생될 뿐이라는 불안감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원광대 한의대 학생들이 모여 한방병원 중 일부를 양방과의 협진병원으로 통합하려는 학교법인측 방침을 성토하고 있다. ⓒ 원광대 한의대 재학생 제공 사진 |
◆실습난 우려 "'국시' 어쩌라고" 괴담도
이성전 부총장은 10일 기자들을 상대로 "현재 원광대는 양·한방으로 가는 새로운 모델로 가는 과정의 진통"이라고 전제하고 "양성기관은 감소하지만 실습환경의 최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폐원된 병원의 경우 전주와 광주 등지의 한방병원에 재배치되는데 특히 전주한방병원을 교육병원으로 지정해 규모를 키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구상에 따라 실제로 순조롭게 양방과 한방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고, 한의대생들의 학습권 보장 역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원광대의 경우 의학과 한의학간의 협력적 토대가 확고하지 않다는 평이 적지 않다. 이런 학풍을 고려하지 않고 외부 컨설팅 이후 급한 추진을 하고 있는 만큼,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등한 관계에서 이해도와 신뢰를 높이면서 추진해야 소기의 성과를 얻기 쉬울 텐데, 지금 상황은 의대 중심으로 재편되는 틀에 한의대가 흡수되다시피 하는 졸속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학습권 보장이 잘 될지 여부다. 전주와 광주, 익산 세 군데에서 진행되던 실습 환경이 전주와 광주 두 군데로 줄어들면 부득이 상황이 열악해지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또 졸업 후 수련을 받는 기관 또한 네 곳에서 전주병원 한 곳으로 줄어들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전주병원 육성 전략이 차질을 빚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간판 역할 한의대', 학교가 스스로 무너뜨리나 우려
특히 2017년부터는 한의학 교육 평가인증기구의 인증을 받은 대학 졸업자만 한의사 면허 시험(이른바 국시)을 볼 수 있다. 이때 임상실습 기간은 필수적으로 900시간 이상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 추진안대로라면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기 쉽겠느냐는 점도 난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희대 등과 한국 한의학 발전을 선도한다는 원광대 한의대의 자부심은 사실상 껍데기만 남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학교 발전의 대들보 노릇을 해 온 '간판' 전공이 무너질지 이번 상황 전개 방향에 학교 내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