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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피는 다크초콜릿보다 진하다

정수지 기자 기자  2014.02.14 08:3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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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월14일. 발렌타인데이(Valentine's Day)입니다. 이날은 한국의 '비공식 명절'이 된지 오래인데요. 여성이 사랑하는 남성에게 달콤한 초콜릿을 주는 날로 유명하죠.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편의점 앞 단상은 초콜릿으로 가득했다. = 정수지 기자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편의점 앞 단상은 초콜릿으로 가득했다. = 정수지 기자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 온 여성들과  남성들은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며칠 전부터 마음이 두근두근 하셨을 것 같은데요, 편의점과 백화점, 대형마트들은 이 대목을 놓칠세라 어김없이 발렌타인 데이 자체 코너를 만들어 초콜릿을 산더미처럼 쌓아놨더군요. 
 
발렌타인데이의 유래를 살펴보면 3세기(269년)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결혼은 황제의 허락 아래 가능했는데 발렌타인(Valentine)은 서로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황제의 허락 없이 결혼을 시켜준 죄로 순교한 사제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가 순교한 뒤 이날을 축일로 정하고 해마다 애인들의 날로 기념하여 온 것이죠. 이날은 여자가 평소 좋아했던 남자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것이 허락됐다고 합니다. 이때 사랑을 전하는 매개체가 초콜릿이었다고 하네요. 
 
이 풍습은 1980년대 중반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유입되었는데요.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빚어낸 상술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이미 남녀가 특정일을 이용해 서로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매우 아름다운 일이라는 관념으로 넓게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국 풍습이 한국을 점령하고 있을 때 잊히고 있는 중대한 역사가 있는데요. 2월14일은 바로 침략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일이기도 합니다.  
 
   2월  14일을 맞아 경기도교육청은 광고를 게재했다. ⓒ 경기도교육청  
2월 14일을 맞아 경기도교육청은 광고를 게재했다. ⓒ 경기도교육청
연해주에서 대한의모참모중장으로 활동하던 안중근 의사는 1909년 10월26일 하얼빈역에서 조선 식민지화를 주도한 원흉 이토 히로부미 일본 초대 내각총리대신을 권총으로 사살해 현장에서 러시아 경찰에 체포됐는데요. 이후 일본 관헌에 넘겨진 안중근 의사는 1910년 2월14일 재판에서 사형 선고를 받게 되죠. 그리곤 같은 해 3월26일, 안타깝게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맙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발렌타인 데이를 안중근 의사를 기념하는 날로 정하자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경기도교육청은 주요 일간신문에 광고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중앙에는 손가락 한 마디가 잘린 안 의사의 손도장 사진이, 하단에는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우리 아이들이 바르게 큽니다'라는 문구로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담았다고 하네요.
 
발렌타인 데이를 통해 숨겨왔던 마음을 전달하는 것도 좋지만 달달한 초콜릿 뒤에 숨겨진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 모든 이들이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