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얼마 전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기업 이익 추정치가 낙제 수준이라는 보고서가 발표돼 업계 내에서 작은 논란이 일었습니다. A증권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익추정치 정확도는 45개 국가 중 36위의 바닥 수준으로, 신뢰할 수 없는 수치라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이 증권사에서 보고서를 낸 B연구원은 한국증시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원인을 기업이익에 있는 것으로 보고 3년째 국내기업 이익이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금융업을 제외한 상장사 1536개사의 기업이익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나빠졌습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 매출액 순이익률 모두 3년간 저조한 성적을 면치 못했습니다. 전경련의 자료를 보면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2011년 5.75% △2012년 5.28% △2013년 5.62%로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 연구원은 기업이익추정치 신뢰도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집계한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국내 이익 추정치 정확도는 70~80%로 전체 45개국의 평균 정확도 93%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였습니다.
정확도가 가장 높은 국가는 일본으로 113%였으며 다음 △중국(102%) △아르헨티나(102%) △러시아(100%) △홍콩(100%) △호주(99%) △대만(98%) △덴마크(97%) △터키(97%) △미국(97%) 등의 순이었습니다. 우리보다 아래에 있는 국가는 유럽재정위기국 '피그스(PIIGS)'로 불리는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에 불과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지난 201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전에는 한국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10% 수준이었으나 최근 25%까지 늘었다"며 "연구원 추정치 정확도가 떨어진 것은 중국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수출 부진 때문"이라고 문제 원인을 중국으로 돌렸습니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유로존을 주요 수출국으로 둔 중국이 경제성장에 타격을 입었고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연쇄 영향을 받게 돼 기업이익 예상에 고전했다는 부연인데요. 2006년 이후 한국의 정확도는 90%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유독 정확도가 우리나라만 뒤쳐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그가 앞서 언급했듯 유로존 수출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도 102%의 정확도로 일본에 이어 두 번째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보고서 말미에 "쓴소리를 적은 보고서지만 투자전략가로서 당연히 이러한 고민을 해야 하고 또 해결방법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이 연구원의 이러한 의도에도 불구, 여의도 인근에 위치한 상당수 증권사들은 볼멘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의 낙관만을 논하는 금융투자업계의 전반적 분위기가 변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굳이 이 같은 보고서를 발표해 열심히 일하는 국내 수많은 증권사들의 기를 꺾을 필요까지는 없지 않느냐는 불만입니다.
'누워서 침 뱉기'라는 표현까지 서슴지 않은 C증권사 임원은 "대형사의 자존심은 이해하지만 소위 잘나가는 증권사의 '끼리끼리 나눠먹기' 상생이 아닌 신 시장을 개척하고 중소형을 아우르는 면목을 보여야 국내증시가 하루라도 빨리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글쎄요. 대형사는 대형사끼리, 중소형사는 중소형사끼리 '각자도생(各自图生)'의 문화가 팽배한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자성과 반성의 목소리를 하나의 창구로 듣는 날은 언제나 찾아올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