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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지하철 이동판매상, 시간차 영업의 진실

정수지 기자 기자  2014.02.13 09: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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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기아바이'들의 세계는  치열했다. = 정수지 기자  
생각보다 '기아바이'들의 세계는 치열했다. = 정수지 기자
[프라임경제] 지난 주말에 분당선 지하철을 타고 왕십리로 이동하고 있었는데요. 자주 이용하는 노선이지만 처음으로 이 사람을 마주하게 됐습니다. 바로 없는 것 빼곤 다 있다는 '외로운 벤처사업가' 지하철 이동판매상이었죠. 

이 아주머니는 자기 몸만 한 수레를 끌고 지하철 통로 중앙에 자리를 잡더니 "승객 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 오늘 좋은 물건 하나 선보이려 나왔습니다."라는 고정멘트를 외쳤습니다.
 
순간 지하철 승객들은 힐끗 쳐다볼 뿐 다시 스마트폰으로 고개를 돌렸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머니는 3~4분가량 혼자 설명을 이어가더군요.
 
아주머니가 자리를 뜬 후 10분도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아저씨가 등장했습니다. 똑같은 모양의 수레에 동일한 물건이었죠. 마치 시간차 공격 같은 판매수법이었는데요.
 
알고 보니 이 판매상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상인들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을 일컫는 전문용어도 존재했는데요. '기아(飢餓)'와 판매의 '바이(Buy)'를 합쳐 '기아바이'라 칭한다고 합니다. 가난한 지하철 이동판매상을 뜻하는 단어였죠. 이런 가운데 과연 저 물건들은 어디서 가져올까 궁금증이 갑자기 일었습니다.
 
알아보니 '기아바이'들이 물건을 받아오는 담당 유통업체가 있다고 합니다. 유통업체는 지하철역 곳곳에 숨어있다고 하는데요. 상인들은 장사를 나가기 전 이곳에서 물건을 받아 영업을 하고, 일이 끝난 후 팔았던 물건 개수대로 값을 지불한다고 합니다. 팔고 남은 물건은 업체에 반납한다고 하는데요. 유통업체 물건이 도매가보다 높아도 재고를 책임져준다는 이점 덕에 이곳에서 물건을 산다고 합니다. 
 
게다가 '회원제'로 운영된다는 그들만의 룰도 존재했는데요. 구역과 시간대를 정확히 분배해 영업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할 경우 방해를 하는 전담 훼방꾼도 있다고 하니 생각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