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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의 이미지메이킹] 상처보다 더 아픈 '힐링 중독'

이은주 이미지칼럼니스트 기자  2014.02.11 16: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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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최고의 화두는 단연 '힐링'이었다. 유난히 아픔이 많은 시대에 살고 있는 탓인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치유에 대한 갈망을 스스럼없이 표현했다. 물론 2014년도 힐링 열풍은 지속될 것이고, 더 강화 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아프다 말하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힐링이 과연 제대로 된 힐링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TV, 영화, 출판, 심지어 먹거리까지 이제 힐링은 대중들의 삶 소소한 곳까지 침투했다. 심지어 마사지 업소에서도 입간판을 '당신의 어깨를 힐링 해드려요'라며 내걸 정도니, 가히 힐링의 여파가 얼마큼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실 힐링의 시작은 대한민국 출판업계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0년 12월 출간된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필두로 서점가를 휩쓴 힐링 관련 책들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는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와 연관이 있는데, 취업난과 불경기로 인한 불안심리가 사람들의 눈에 힐링이란 단어를 아로새겨버린 것이다.

그때부터 시작된 서점가 힐링 열풍은 지금에 이르러서는 각 분야 멘토들의 위로 서적, 종교인들의 사색 서적으로 계승돼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모조리 차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형서점에는 힐링 코너라는 부스를 따로 배치할 정도다. 

그렇다면 과연 사람들은 힐링 관련 서적을 읽고 치유를 받을 수 있을까? 그 물음에 대해선 개인차가 있겠지만, 읽고 나서도 계속해서 힐링에 관한 책을 갈구한다면 그 효용성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격언과 위로의 문구는 순간일 뿐, 삶을 밀고 나가는 에너지는 다양한 경험과 개인의 의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서점가의 다양성이 없어진 지금, 특정 부류의 취향에만 국한된 단조로운 출판 패턴은 자칫 미래의 출판업계를 사장시킬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힐링에 관한 시작이 출판업계라면 그 몸통을 키운 것은 단연 TV 프로그램이다. 예능은 물론 드라마와 뉴스에까지 힐링은 주된 아이템이자 보물 창고가 됐다.

하지만, TV 프로그램에 등장한 '힐링'은 출연자들을 포장하고 그들의 인지도를 올리는 수단으로 밖에 작용하지 못한 채 그 탄생 의의가 무색해지고 있다. 시청자들을 힐링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출연진들의 속죄와 참회로 스스로의 힐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간의 삶은 고통이다'는 말이 있다. 상처 받고 또 상처 주고 살아가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삶의 진리일 수도 있다. 요즘처럼 힐링이 남발되다 보면 정작 자신의 상처만 보이고 남의 상처는 보이지 않게 돼버린다. 자기가 아픈 것만 알아달라고 징징댈 수 있는 것이다.

시간의 힘을 믿어야 한다. 때론, 시간이 그 어떤 약보다 쓰고 좋은 약발로 우리에게 작용할 수도 있다. 2013년, 혹은 그 전에 받았던 상처와 아픔들 때문에 힐링에 목말라했던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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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상처를 보듬어줄, 2014년의 힘을 믿어보는 것은 어떨까? 눈앞에 펼쳐진 2014년의 하루하루를 힘차게 살아내는 것이 나와 당신, 우리의 상처를 보듬는 최고의 방법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은주 이미지컨설턴트 / KT·아시아나항공·미래에셋·애경백화점 등 기업 이미지컨설팅 / 서강대·중앙대·한양대 등 특강 / KBS '세상의 아침' 등 프로그램 강연 / 더브엔터테인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