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어머니가 요새 자꾸만 했던 말을 또 하시고 '깜빡깜빡'하시는데 치매 초기증상인까요?"
그동안 홀어머니를 모시며 어머니 증상이 치매인지 의심스럽고 또한 이럴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등 여러 궁금증이 생겨도 기댈 곳 없어 답답했다는 A씨(43세).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싶어도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형편 탓에 나날이 걱정만 쌓여가던 A씨는 지인을 통해 치매상담콜센터를 소개받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 치매 환자 수는 59만8000여명. 65세 이상 10명 중 1명꼴이며 2012년 기준 연간 치매 비용은 1인당 1968만원으로 이미 10조원을 훌쩍 넘었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중앙치매센터는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365일 24시간 체계의 치매상담콜센터를 운영 중이다.
치매상담콜센터는 치매 환자를 돌보는 데 필요한 '케어기술'을 알려주고, 간병 스트레스 등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등 맞춤형 상담을 지향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처음 도입된 치매상담콜센터 현황을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경기 분당구 대왕판교로에 위치한 콜센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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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상담콜센터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 정수지 기자 |
이 콜센터는 간호사, 정신보건전문요원 등 치매 관련 현장에서 다년간 경험 쌓은 전문인력으로 상담원을 구성했다. 36명의 상담원 중 대학원 졸업생이 15명으로 젊은 상담원이 많은 일반 콜센터에 비해 노련미와 경력을 갖췄다. 상담원은 3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아울러 요일마다 정해진 교육 프로그램을 매주 평일 한 시간씩 진행해 통화품질과 직원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CS 교육부터 찰흙 만지기·그림 그리기 등 치매 환자 기능향상 프로그램까지 직접 체험하며 생생하게 정보를 체험하고 상담원 자신들도 힐링을 받는다.
상담 분야는 크게 '정보상담'과 '돌봄상담' 두 가지로 나뉘는데, 정보상담은 △치매 원인질환 △증상·치료 △치매 예방방법 △제도안내 △지원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돌봄상담은 치매 환자를 돌보며 생기는 고민이나 힘든 점을 듣고 해결방안을 찾아주는 서비스다. 이들의 주요업무는 다음 사례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1. 어느 새벽녘 시부모가 치매에 걸려 마음고생 중인 며느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장장 3시간가량을 통화하며 그간의 고충을 상담원에게 풀어놨다. 그는 전화를 끊기 전, 다 털어놨더니 속이 시원하다며 상담원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2. 20대 젊은 남자가 급한 목소리로 상담원을 찾았다. 2년 전 치매 진단받았던 어머니의 망상이 점점 심해진다는 것. 빌려준 3만원을 내놓으라며 칼을 내미는 바람에 상해를 입은 적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을 파악은 상담원은 우선 몰래 어머니 방 서랍에 3만원 넣어놓은 다음 어머니와 함께 찾아보는 척하며 그 서랍에서 돈을 꺼내주라고 조언해 도둑 망상 있는 치매 환자의 가족을 도왔다.
실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치매상담콜센터의 가장 큰 장점은 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시간·장소에 구애 없이 전화 한 통으로 도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용 부담도 없을뿐더러 익명성이 보장돼 마음 편히 상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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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수지 기자 |
치매상담콜센터의 최경자 팀장(사진)은 치매를 소나기에 비유했다. "치매는 인생에서 마치 소나기를 만나는 것과 같아요. 피할 수 없죠. 내 마음대로 소나기를 내릴 수도 멎게 할 수도 없습니다. 비가 오면 우산이 필요하죠. 그렇게 탄탄한 우산을 준비하듯 치매 예방과 관리 방법을 잘 알고 실천해야 합니다. 치매상담콜센터가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튼튼한 우산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최 팀장의 말을 빌리면 치매상담콜센터의 단골 문의는 '치매인가요 건망증인가요?'다. 차순위는 국가지원제도나 서비스에 대한 물음인데 60세 이상이면 보건소에서 무료로 치매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문제는 25개의 자치구 지원센터가 있는 서울에 비해 한없이 열악한 처지에 놓인 지방이다. 전국 각지에서 콜센터로 문의가 몰리지만, 지방에는 제도 안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 만큼 지방 복지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촉구된다.
이에 대해 최 팀장은 "치매상담콜센터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복지부에 국민의 소리를 전달함으로써 정책을 바로 세우도록 돕는 사다리 역할을 한다"며 "1~2년 이내에 세계적인 굴지의 치매 전문 헬프라인을 만들어가겠다"고 향후 포부를 밝혔다.
한편, 작년 한 달 동안 치매상담콜센터에 걸려온 문의전화는 총 1670건으로 건당 평균 8분에 30분 넘는 통화는 무려 50건 이상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