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갑오년 청마해를 맞아 지난주 저는 경북 소백산 비로봉에 올랐습니다. 바람 없는 따뜻한 날씨는 등산하기에 좋았지만 등산 초입로는 전날 내린 비로 꽁꽁 얼어붙은 상태였습니다.
아이젠(얼음 따위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등산화 밑에 덧신는 강철용구)없이는 등반이 불가능하다는 관리사무소 지시에 따라 부랴부랴 아이젠을 착용하고 걱정 반, 근심 반으로 등산을 시작했는데요, 등산로 옆쪽으로 흐르는 강물소리와 소복이 쌓인 눈을 보니 그동안 쌓였던 피로와 걱정이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제가 소백산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소백산의 유명한 '상고대'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상고대는 영하의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방울이 나무 등의 물체와 만나 생기는 것입니다. 호숫가나 고산지대의 나뭇가지 등의 물체에 밤새 서린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처럼 피어 있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상고대는 '수상(樹霜 air hoar)' 내지는 '나무서리'라고도 하죠.
소백산 상고대의 전경. = 추민선 기자 |
그러나 이토록 아름다운 상고대가 점점 사라진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11년 11월은 우리나라 평균기온은 11도를 기록해 1973년 이래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이는 최근 30년 평균기온보다 3.4도 높은 것으로 전국 곳곳에서 일 최고기온 극값을 경신하기도 해 지구온난화가 한반도에 가속화되고 있다는 징조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 2011년 10월 '신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미래 기후 전망'세미나에서 발표된 지구 온난화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 배출량이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2050년에는 전국이 아열대 기후로 바뀔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체적으로 평균기온이 3.2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15% 이상 증가해 겨울이 27일 감소하는 대신 여름은 19일 증가하게 된다는 내용이며, 불과 40년 후에 제주에서겨울이 사라진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입니다.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로 머지않은 미래에는 아름다운 얼음꽃 '상고대'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니, 새삼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또 계속 지구온난화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미래의 후손들에게는 '상고대'를 교과서에서나 보게 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상고대뿐만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 낸 소중한 보물 모두 후대에 물려줘야 할 소중한 유산임을 잊지 말고, 이를 지켜가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자연이 부르는 'Let it go'를 듣기 싫다면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