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일부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아빠 힘내세요'라는 동요가 유해콘텐츠로 지정됐다는 내용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곤욕을 치렀다.
온라인 등에서 이를 비난하는 움직임이 커지자 문체부는 해명보도를 통해 해당 동요를 양성평등 저해 혹은 유해콘텐츠를 지정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양성평등 관점에서의 유아아동용 콘텐츠 모니터링 연구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연구는 문체부가 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위탁해 진행한 연구결과보고서로, 문체부는 이번 연구결과를 종합한 '양성평등 관점에서의 영유아·아동용 문화콘텐츠 생산 가이드라인'을 제작할 예정이다. 이처럼 논란이 된 해당 연구는 문체부와 당연히 연관됐다는 것을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다.
문체부는 '아빠 힘내세요' 가사가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주입할 가능성이 있는 행위·상황을 묘사하고 있다며 '영향도 5'로 측정했다. 영향도 5는 '매우 심각'을 의미한다. 집 밖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아빠에게 힘을 북돋우는 가사는 아빠인 남성은 누구나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강화시킨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가사를 살펴보면 남성이 경제활동 주체로 인식된다는 문제점보다 아이들이 힘들게 일하고 집에 돌아온 아빠를 응원하는 의미로 먼저 받아들이게 된다. 다음은 양성평등 저해 영향도에서 '매우 심각'을 받은 '아빠 힘내세요' 실제 가사다.
'딩동댕 초인종 소리에 얼른 문을 열었더니/그토록 기다리던 아빠가 문 앞에 서 계셨죠./너무나 반가워 웃으며 아빠하고 불렀는데/어쩐지 오늘 아빠의 얼굴이 우울해 보이네요./무슨 일이 생겼나요, 무슨 걱정이 있나요/마음대로 안 되는 일 오늘 있었나요/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힘내세요 아빠!'
이 연구결과는 '아빠 힘내세요' 외에도 수많은 콘텐츠들이 양성평등에 위배된다고 기재했다. 그러나 이 근거라는 것은 해당 콘텐츠를 접한 사람들이라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해당 콘텐츠의 전체적 맥락 이해 없이 일부 장면 또는 가사만으로 양성평등에 저해됐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문체부는 디즈니 프린세스 백과의 '뮬란'도 양성평등 가치에 입각해 봤을 때 저해요소라고 판단했다. 뮬란이 남자분장을 하고 전쟁터에 나가는 것에 대해 여자는 아름답고 여성스러워 하며 전쟁에 나가는 것은 힘센 남자가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주입하고 있다는 것.
기자수첩 문맥상 이쯤 되면 추정할 수 있겠지만 '뮬란'은 중국 구국소녀인 '목란'에 대한 설화를 각색한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과거 중국 역사의 한 시대를 배경으로 작품을 창작했기 때문에 문체부가 바라는 현대와 같은 양성평등을 당연시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기 힘들다.
주인공이 남자분장까지 하며 전쟁터로 나가는 모습은 여성의 강인함을 내포하고 있는 것인데, 문체부의 연구결과는 이 같은 배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셈이다.
해당 연구결과에서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원피스'라는 만화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원피스'는 콘텐츠 소비 주고객층이 '남성'에 맞춰져 모든 부분 묘사나 상황이 철저하게 남성 관점에서 이뤄지며 남성은 강하고 의리 있는 모습을, 볼륨감 있는 여성은 항상 이성을 유혹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원피스가 양성평등 저해 요인을 상당부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나 전체 스토리를 살펴봤을 때 이 만화는 선과 악의 대립 구도에서 언제나 옳은 것이 이겨야 하며, 이를 위해 동료를 아끼고 협력하고 잘못된 점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당연한 논리를 바탕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아직까지 살폈듯이 문체부의 진짜 문제는 지나치게 양성평등만을 강조하는 것이다. 연구결과 논리로만 살피면 우리가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상당수의 콘텐츠가 양성평등에 저해되는 유해 콘텐츠다. 이는 창작자의 창작성을 가로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앞으로 문체부는 국민 예산으로 집행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만큼 좀 더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