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KT ENS 직원과 공급업체가 공모해 사기대출을 받은 사건(피해규모 약 2800억원)으로 '외상매출담보채권대출(이하 외담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 삼아 외담대 심사과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당국 역시 은행권 외담대를 전체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외담대 자체에 대한 마녀사냥 기류가 조성될 경우 중소기업들의 자금흐름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1년 도입 당시 옥동자 평가…다만 문제도 적지 않아
외담대 시행은 어음의 단점을 보완하려는 취지로 시작됐다. 어음의 경우 자금원화할 때 할인(속칭 깡)을 받아야 하며 금융권에서 받아주지 않는 등 이를 추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 중소기업(공급업체)이 자금난에 허덕이게 되는 문제가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전자어음시대에도 개선되기 어려운 본질적 부분으로 거론된다. 다만 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틀을 사용하는 외담대는 할인 부담이나 자금원화 차질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즉 외담대란 구매기업이 물품 구매 대금을 어음으로 지급하지 않고 납품기업(공급업체)이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는 구조다. 은행으로서는 사실상 주로 대기업인 구매기업의 신용을 보고 빚을 주는 셈이다. 이에 따라 구매기업이나 판매기업은 물론 은행권 모두에 '옥동자' 제도로 통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대출이기 때문에 나중에 구매기업에서 대금 처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 공급업체들이 빚 독촉에 시달리는 처지로 전락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2009년 신성건설 외담대 사태가 벌어졌을 때 은행이 구매업체와 판매업체 양쪽에 채권을 청구할 수 있도록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점은 횡포라는 의견이 대두되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으나, 대출이라는 본질상 문제 발생 때 이 같은 공급업체로의 책임추궁 문제는 사라지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심사의 기본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쪽으로 해법이 귀결된다.
실제 이번 사건에서는 은행들이 외담대를 처리할 때의 문제점을 압축해 보여주고 있다. 공급업체와 구매기업 직원의 공조(서류를 날조함)를 통해 이뤄지는 사기대출 공격에 취약점이 노출됐다. 이런 만큼 서류심사만으로 대출을 의심없이 하는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 이미 몇년 전 외담대 대출문제 지적
심사 실질화 문제는 이미 2012년 초에 감사원이 부실한 외담대 대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심사 강화를 주문한 바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은행권이 실무의 어려움을 이유로 과거 발견에서 아무 교훈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바꿔 말하면 심사의 부실함에 대해 금융권 책임을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강제하는 등 규제 일변도로만 나가봐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이번 KT ENS 사태의 경우 일부 금융사에서는 KT ENS 내에서 공모한 K씨를 자금담당 혹은 구매담당 책임자인 것으로 알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는 시사점이 크다. 전혀 엉뚱한 인물이 서류를 조작하고 문제 없다는 확인까지 해주면서 연극을 총체적으로 이끈 셈이다. KT ENS에서 이번 사태를 놓고 이런 매출채권이 발생한 자체가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가 큰 것으로 보인다.
◆은행 심사의무, 엄격한 관련업무종사자 관리제도로 이용회사 분담?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담대 관련 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인물들을 공급업체든 구매업체든 간에 확실히 한정해 공유, 관리하면 심사의 업무 부담이 줄 것이라는 의견도 대두된다. 여기에 수상한 정황에 대해 확인할 의무를 교차하도록 하는 정도의 대안이 떠오를 수 있다. 책임성은 강화되고 지금 외담대 대출 전반을 점검하느라 벌어질 수 있는 자금경색 우려 등 파장은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동아건설 부장급 직원이 신탁재산을 인출, 횡령한 사건을 놓고 신한은행과 동아건설이 다툰 사건에서 항소심 법원이 1심에 비해 신한은행의 소홀한 검토 책임을 줄이는 동시에 동아건설의 직원 관리 책임도 함께 물은 판단을 내놨던 사고방식과 유사한 것이다.
당시 항소심을 맡았던 법원은 신한은행의 수탁사무자로서의 주의 의무만 과도하게 인정할 게 아니라 동아건설 측에도 자기 직원의 행동을 감지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었다.
또 이렇게 관련된 업무를 특정한 인력 풀에서 맡게 강제하면, 당국이 외담대 관련 업무를 들여다 보기도 편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당국은 과거부터 외담대와 관련, 은행과 기업(업체)들 간의 문제라 당국이 간섭하기 어려운 사항이라는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이 같은 총체적인 관리 소홀을 방치하기에는 외담대 문제가 이미 너무 몸집을 키웠다는 점이 문제다. 기본기에서 뚫렸다는 한탄만 할 게 아니라 기본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찾아 없애야 할 필요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