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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양돈 농가, 소시지로 눈 돌려 기사회생?

대형마트-한돈농가 협업, 대형마트 최초 생산 '독일식 프리미엄 소시지'

전지현 기자 기자  2014.02.06 17: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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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메쯔거 마이스터는 합성아질산나트륨, 전분, 합성착향료, 합성 보존료, L-글루타민산나트륨 등 5無로 제작해 아이들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습니다."

어른 팔뚝만한 크기의 2.5kg 묵직한 독일 정통 프리미엄 소시지 '메쯔거 마이스터'. 구트슁켄, 플라이쉬케제, 비어슁켕 등 총 10종으로 출시되는 이 소시지는 이마트가 대형마트 업계 최초로 축산가공식품에서 벗어나 직접 생산에 나선 첫 작품이다.

   ⓒ 이마트  
이마트는 돼지고기 비선호부위 소비 촉진의 일환으로 죽전점을 시작으로 2월 중 4개 점포에서 프리미엄 소시지 즉석제조 매장을 선보인다. ⓒ 이마트
이마트는 지난 4개월 동안 이 소시지 개발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미국·유럽등지의 정육·소시지 매장을 벤치마킹했다.

국내산 돼지고기로 생산된 우수한 독일 소시지 개발을 위해 독일 30년 경력의 식육명장을 초빙, 소시지 제조과정과 운영 컨설팅도 받았다.

'프리미엄 소시지 즉석제조 매장'에서 제조되는 양장 소시지는 소비자가 주문하면 즉석에서 20분 내에 만들어진다. 소시지 제조 중소기업 견우푸드가 제조기술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렇게 즉석에서 만들어진 소시지는 매장에서 1일내에 모두 판매할 것을 원칙으로 한다. 소비자는 구입 후 3일 이내에 먹어야 한다.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견우푸드가 만들어 매장에서 소분해 판매하는 햄은 개당 2.5kg 크기로 대용량이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g당 포장 판매한다. 소분 후 칼을 댄 순간부터 3일 이내에만 판매하기 때문에 위생적이다. 

돼지고기 뒷다리살로 만든 소시지, 맛은?

민영선 이마트 신선식품 담당 상무는 "실제 돼지고기 앞·뒷다리살 등은 지방함량이 낮아 저지방 부위로 불리는 데다 단백질과 비타민B군이 풍부해 해외에서는 오히려 이들 부위에 대한 선호가 높다"고 설명했다.

   비어슁켄. ⓒ 이마트  
이마트 프리미엄 소시지 '메쯔거 마이스터' 비어슁켄. ⓒ 이마트
그간 국내 소시지는 99.9%가 수입산 돈육을 사용, 추가 재료 등만을 국내산으로 취급해왔다. 가격이 비싸 국내산 뒷다리살 소시지 확산이 잘 안됐다. 현재 농협 목우촌만이 100% 국내산 돼지고기 뒷다리살을 사용한 소시지를 선보이고 있지만 가격대가 다소 높은 편이다.

이마트는 일 1800두가량을 가공하는 국내 최대 돈육 가공전문업체 도드람푸드와 소시지 제조 중소기업 견우푸드 제휴를 통해 돼지고기 뒷다리살을 원료로 한 소시지를 탄생시켰다. 독일 소시지가 2.3%인데 반해 염도를 1.3%로 낮춰 한국인 입맛에도 최적화했다.

기존 돼지고기 거래 농가 및 협력회사로부터 비선호부위인 뒷다리살을 대량 매입해 원료 원가를 낮췄고, 견우푸드는 기존 생산시설을 풀가동해 생산원가를 낮췄다.

이와 관련 도드람푸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돼지고기를 즐기는 부위 중 특히 삼겹살을 가장 좋아하다보니 삼겹살은 항상 재고가 안 남고 잘 팔려나가는데 삼겹살이 아닌 앞다리, 또는 뒷다리 등 부위는 재고가 누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마트가 비선호 부위인 뒷다리살을 대량매입해 돼지고기에 대한 안정적인 판매와 공급을 진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우 소비촉진 '사골' 이은 '소시지' 탄생

돼지고기 소비촉진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번 이마트 사업은 사실상 두 번째 작품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한우 부산물 매입가격을 낮추기 위해 자체브랜드를 활용한 한우 사골곰탕을 준비했었다.

우족, 사골 등 곰거리 매출이 수년간 감소세를 보이면서 부산물 가격 하락분이 구이, 불고기 등 선호부위에 반영돼 한우 인기부위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간 이유에서다.

   ⓒ 이마트  
이마트는 국내산 돼지고기로 생산된 우수한 독일 소시지 개발을 위해 독일 30년 경력의 식육명장을 초빙, 소시지 제조과정과 운영 컨설팅을 받았다. ⓒ 이마트
돼지고기 역시 한 마리에서 나오는 삽겹살 양은 전체 약 10% 정도인 10kg정도. 부위별 중량이 일정한데 반해 국내 소비는 삼겹살·목심 등 구이용에 쏠려있어 앞·뒷다리살 등 재고가 많이 남는 돼지고기 부위에 대한 비용 증가하는 실정이다.

실제 6일 이마트의 돼지고기 매출 동향에 따르면 정육 부위별 비중은 △뒷다리살 29.8% △앞다리살 15.2% △삼겹살21% △목심 7.6% 등 앞·뒷다리살이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매출은 △삼겹살 55.7%,△목심 16.3% △앞다리살 6.7% △뒷다리살 6.7% 등 삼겹살과 목심 선호현상이 뚜렷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많이 떨어졌음에도 소비자들은 체감할 수 없었다. 삼겹살만 선호하는 국내시장 환경에 대응해 생산단가를 맞추려고 삼겹살·목심에 관련 비용을 전이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말 축산물 위생관리법이 개정됐다. 이마트는 '식육즉석판매가공업' 허가를 받고 협력회사 뒷다리살을 대량으로 사들여 소시지를 개발하기 시작했고 '프리미엄 소시지 즉석제조 매장'이 결국 문을 열게 됐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시지 판매가 활성화되면 농가 수익이 개선되고 재고비용이 줄어 삼겹살, 목살 가격이 중장기적으로 최대 10%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자체 생산 매장을 점포별로 도입, 추후 우리의 반응을 보고 경쟁사들도 뛰어들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며 "향후 양계(닭고기) 분야도 비선호 부위를 모아 판매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