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의 사퇴가 이어지고 있다.
고객정보 유출로 KB국민·롯데·NH농협카드 3사 수장이 바뀐 가운데 이강태 BC카드 사장도 황창규 KT 회장의 계열사 임원 교체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지난해 금융지주사 수장이 바뀌고 임기가 만료되며 한 차례 CEO가 물갈이된 카드사는 1년 새 국내 전업 카드사 8곳 중 현대카드를 제외한 7곳의 사장이 교체됐거나 곧 교체를 앞둔 상황이다.
카드업계는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대출금리 인하로 업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잦은 CEO 교체가 이어지며 장기적 전략을 짜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4일 이강태 BC카드 사장은 모기업인 KT로부터 해임통보를 받은 뒤 사의를 표명했다. 이석채 전 KT회장이 전격 영입한 이 사장은 모바일카드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었지만 황창규 KT 회장의 계열사 임원 교체와 함께 중도하차하게 됐다.
앞서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KB국민카드, 롯데카드, NH농협카드 수장도 사고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2일에는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의 사표가 수리됐다. KB금융그룹은 지난달 20일 심 사장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취임 6개월 만에 사의를 밝힌데 대해 사태수습이 먼저라며 인사를 보류했지만 결국 이날 사표를 수리했다.
손경익 NH농협카드 분사장은 지난달 20일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뒤 바로 사표가 처리됐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월 인사에서 손 분사장을 부행장으로 승진시키며 카드사업에 힘을 실어줬으나 정보유출 사태로 카드사업 확장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
이에 따라 정보유출 카드사 중에는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만 현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사장은 2009년 부임한 뒤 꾸준히 성과를 내 그룹의 신뢰를 받고 있는 만큼 임기가 끝난 후에도 연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정보유출 사고로 20일 사의를 전했다. 현재 롯데그룹은 박 사장의 사표를 일단 보류했지만 사태가 수습된 이후 수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금융지주사 회장이 교체되며 카드사 CEO가 동반 교체됐다. 우리카드는 작년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하며 정현진 전 사장이 취임 3개월 만에 물러나고 강원 사장이 임명됐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8월 이재우 전 사장의 임기가 끝나며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인 위성호 사장이 취임했다.
삼성카드 또한 삼성그룹 차원의 대대적 인사로 최치훈 사장이 원기찬 사장에게 바통을 넘겼다. 원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28년간 인사업무를 총괄한 인물이다.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정해붕 하나SK카드 사장의 연임여부는 외환은행과의 합병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조만간 관계회사경영위원회를 열어 적합한 후보를 논의하고 내달 말 주주총회에서 신임 사장을 선임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고객정보 유출 사태로 CEO교체가 이어지며 카드사들은 올 한해 계획했던 사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됐다.
고객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카드3사는 오는 17일부터 3개월 영업정지에 들어가 사실상 상반기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다. 카드 재발급비용·과징금·무이자할부 보상 등으로 인한 손실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해당 카드사 외에도 업계 전반에 걸쳐 고객신뢰를 잃어 중장기적 손실도 클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심 사장이 야심차게 계획한 훈민정음 카드가 빛을 보지 못하게 됐으며 수장이 교체된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도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불거지며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보 유출 사태로 8개 카드사 모두 특별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마케팅은 물론 준비했던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카드 3사 외에도 카드업계 전반적으로 올해 적극적인 영업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