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재 기자 기자 2014.02.05 17:05:48
[프라임경제] 폭풍 전야를 예고했던 것일까? 황창규 KT 회장이 주요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 직후 곧바로 주요 계열사 전열 가다듬기에 나섰다. 특별한 취임식 없이 업무에 돌입한 후의 행보인 만큼 향후 행보에 눈길이 더욱 쏠릴 전망이다. 일련의 과정에서 'KT맨' 대거 중용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맨' 배치도 간과할 수 없다. 이석채 전 회장의 그림자 솎아내기도 돌입된 분위기다. 내용을 살펴봤다.
황창규 KT 신임 회장은 지난 4일 주요 계열사 10곳 대표에게 사임통보를 한 가운데 대대적인 계열사 인사를 예고하고 나섰다.
앞서 황 회장은 지난달 27일 취임과 함께 KT 출신 임원을 대거 중용하며 직속 기구도 4개실·8개 부문·1개원·1개소로 조정, 통신전문가를 전면배치했다.
이를 두고 그간 지적돼온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그룹 추스르기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후 행보에 관심은 더욱 쏠릴 수밖에 없다.
◆지배구조상 주요 계열사 대부분, 본격 행보 시작
업계에 따르면 황 회장은 △BC카드 △KT스카이라이프 △KT이엔에스 △KT M&S △KT렌탈 △KT캐피탈 △KT파워텔 △KT스포츠 △한국HD방송 등 10여개 주요 계열사 대표에게 사임을 통보했다.
황창규 KT 신임회장. ⓒ KT |
KT에스테이트 대표는 자진 사임한 상태며 KTIS와 KT텔레캅, KT샛, KT에스테이트 등도 현재 공석인 것으로 전해졌다.
황 회장의 이번 계열사 인사 조치는 단순히 주요 계열사 체질개선으로 볼 수 있지만, 큰 그림으로 보면 '그룹 새판짜기'의 본격 행보로 풀이된다.
해당 주요 계열사의 사업 성격만 봐도 금융과 네트워크 서비스, 방송, 유통, 스포츠, 채널사업 등 그룹 지배구조상 주요 위치에 배치된 곳이 대부분이다.
특히 BC카드와 KT스카이라이프, KT렌탈은 이석채 전 회장의 임기 내 계열사에 편입되거나 합병된 곳으로, 통신사업 외 주요 수익사업 파트에 분류돼 이 전 회장의 그림자 솎아내기로 봐도 무리가 없는 형국이다. 이 때문인지 현재 이들 기업은 크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주요 계열사 대표 사임통보가 그룹의 실적과도 크게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여 황 회장의 이번 행보는 주요 계열사를 시발점 삼아 한 그룹의 전체 '물갈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T맨' 중용에 '삼성맨' 영입 가능성 배제 못해
이와 관련 금융계열 사업부문 중 KT캐피탈은 KT가 83.59%로 최대주주며, 이하 BC카드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KT캐피탈은 지난해 3분기까지 연결 누적 영업이익이 16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누적금액 1337억원 대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BC카드는 지난 2011년 2월 인수됐다.
2010년 KT 계열로 편입된 KT스카이라이프는 그룹 내 HD 채널사업자인 한국HD방송을 이하 계열사로 두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2011년 연결 영업이익 368억원에서 2012년 658억원을 기록, 지난해 3분기에만 773억원을 달성하며 발전하고 있다.
2010년 6월 금호렌터카를 인수 합병한 KT렌탈도 지난해 3분기까지 7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년 동기 누적금액 675억원을 뛰어넘었다.
특히, 네트워크 서비스 사업이 주력부문인 KT이엔에스(구 KT네트웍스)의 경우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 31억5711만원을 시현하며 전년 동기 누적액 1억5651만원의 20배에 달하는 오름세로 크게 성장했다.
다만, 주파수 공용 통신업과 단말기 판매업을 담당하는 KT파워텔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78억원으로 전년동기 누적액 142억원에서 반토막 행보를 보였다.
KT스포츠도 농구와 프로게임, 사격, 하키, 골프 등의 팀을 이끌며 프로야구 10구단인 'KT 위즈'와의 시너지를 배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황 회장은 지난달 취임 하루 만인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재무통으로 알려진 김인회씨를 재무실장으로 영입했다. 이를 두고 'KT맨'과 일부 '삼성맨'의 중용도 거론되고 있다. 김 실장은 삼성코닝과 삼성중공업 경리팀을 거쳐 지난해 11월까지 삼성전자 상무로 재직한 바 있다. 앞서 1989년 삼성전자 경리과에 입사해 10여년간 인본 삼성 경영지원담당 상무를 역임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황 회장이 KT 출신 임원을 대거 중용한다는 것은 내부단속을 잘하는 게 분명하다"면서도 "하지만, 삼성의 향수가 여전히 묻어있다면 일부 '삼성맨'의 중용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