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약 열흘 만에 개인정보 보호대책을 번복하자 '졸속행정' 이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성급히 대책을 내놨다가 텔레마케팅 종사자들의 생계문제가 불거지자 성급히 텔레마케팅(TM) 금지 기간을 대폭 단축한 것.
4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라 중단했던 금융사들의 텔레마케팅을 이르면 내주 중 순차적으로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2일 개인정보 보호 대책을 발표하며 금융권 텔레마케팅을 비롯해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비대면 영업을 내달 말까지 중단시켰으나 논란이 거세지자 급히 입장을 번복했다.
금융당국의 이 같은 결정에는 텔레마케터의 고용 안정 문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TM영업을 세 달간 금지함과 동시에 대규모 해고사태 이슈가 번지자 당국도 정책을 밀어붙이기 힘들었을 게 뻔하다.
그러나 이는 금융당국이 영업금지라는 '초강경 대응'을 내놓으면서 이 조치에 동반될 사회적 파장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 금융위는 4일 긴급브리핑을 통해 "TM영업 정지는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정부의 단호한 조치로 이해해 달라"고 강조했지만 당장 영업 금지로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 금융사와 영업 일선에 있는 텔레마케터는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이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현재 금융권에서 근무하는 텔레마케터는 4만7000여명으로 알려졌지만 외주·파견과 보험대리점, 홈쇼핑 등을 합치면 6만여명에 이른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측에 이들의 고용안전을 지시하며 TM영업 중단을 강행할 것처럼 보였지만 박 대통령까지 4일 국무회의 자리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 방안을 찾아달라"고 지시하자 결국 '백기'를 들었다.
이번 텔레마케팅 제한 조치가 외국계 보험사들을 위시해 국가 간 통상문제로까지 확산되면서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인 것도 금융당국에게 부담이 된 것으로 진단된다.
결국 금융위는 성급히 내놓은 대안을 취소하며 '오락가락 행정'이라는 굴욕적인 평가를 받게 됐다. 특히 이러한 당국의 '졸속행정'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사들이 떠안게 됐다. 영업금지 기간이 단축됐지만 이미 고객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정상적 영업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사상 초유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국민 불안이 최고조에 달하고 이를 수습할 대책을 발표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금융위는 이달 중 정보유출 재발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 종합대책에는 부디 금융당국의 권위를 지킬 수 있는 일관성 있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