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거액의 세금을 탈루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 5일 오전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종호) 심리로 진행된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회장 측 변호인은 "과거 정부정책 하에 누적된 회사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며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특히 "과거부터 내려온 차명주식을 새결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일 뿐 조세포탈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경영상 필요했던 행위였을 뿐 회사에 손해를 끼치거나 개인적인 이득을 얻을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했다.검찰은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조 회장 개인의 것으로 보고 개인범죄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는 효성의 필요에 따라 설립된 효성 소유의 법인이지 개인 소유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 회장과 함께 70억원대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현준 사장 측 변호인 역시 "공소사실에 나타나 있는 부친과의 거래관계는 사실이지만 조세포탈에 해당된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세포탈에 해당하는지는 법률적으로 다툴 부분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검찰의 수사 및 증거기록을 검토하지 못해 회사 자금 16억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는 추후에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런가 하면 이날 공판에서는 조 회장의 최근 건강상태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2010년 담낭암 수술 이후 추적 관찰을 해오던 미국 병원 측으로부터 정밀진단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은 조 회장은 재판에 앞서 검찰의 동의를 받아 미국으로 출국한 바 있다. 지난달 21일 미국으로 출국한 조 회장은 미국 LA 인근 병원에 입원해 정말검사와 치료를 받고 지난 4일 새벽 입국했지만 이날 공판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조 회장 측 변호인은 "현재 조 회장이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2월 중순부터 집중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건강이 허용하는 한 성실히 재판을 받을 예정이지만 장시간 재판이 힘들다는 점을 고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조 회장의 건강상태에 무리가 없도록 의료진과 협의해 적절한 공판 기일의 빈도나 시간을 알려달라"며 긍정적으로 답변했고, 다음 공판준비기일은 6주 뒤인 내달 17일에 열기로 결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조 회장 변호인 측에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혀줄 것은 물론 쟁점이 된 간점사실에 대한 입장, 각 증거에 대한 신빙성 인정 여부 등을 다음 공판준비기일까지 정리해 올 것을 요구했다.
한편, 조 회장은 지난 2003년부터 10여년간 8900억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법인세 1237억원을 포탈하고 2007~2008년 효성의 회계처리를 조작해 주주 배당금 500억원을 불법으로 취득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임직원이나 해외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수천억원대의 주식을 사고 팔아 1318억원의 주식 양도차익을 얻고 소득세 268억원을 포탈한 혐의와 함께 해외법인 자금 690억원을 횡령해 개인 빚이나 차명으로 소유한 회사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하고, 회사에 233억원의 손실을 끼친 배임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