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에 맞장 뜰 기세 갖춰야

노병우 기자 기자  2014.02.05 10:47:13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친환경차의 대명사 하이브리드(HYBRID). 두 개의 심장으로 차를 움직이는 만큼 연비가 뛰어나며 최근에는 엔진성능도 한층 개선돼 가솔린과 디젤차량 못지않은 주행성능까지 자랑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국내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09년 아반떼와 포르테 하이브리드를 통해 관련 시장에 본격 진출했고, 2011년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를 투입했지만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국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전년대비 약 26% 급감한 2만2053대에 그쳤다. 미국을 포함한 해외시장에서 상승 궤도를 그리는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극심하게 부진했다.

사실 하이브리드 차량이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데는 디젤차량의 영향이 컸다. 특히 디젤 기술에 상대적 우위를 갖고 있는 유럽브랜드는 디젤 강세 흐름을 타고 국내시장 공략을 가속화했다.

이에 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수입차를 잡겠다"며 야심차게 아반떼와 K3 디젤모델을 출시했지만 당초 예상 성적을 밑도는 등 내수시장 절대강자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후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말 각각 그랜저와 K7 하이브리드를 새롭게 내놨고, 성능이 개선된 K5 하이브리드도 함께 선보였다.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어느 정도 보강한 만큼 하이브리드 시장에서의 부진을 털고 수입차 디젤 공세에 맞서겠다는 전략까지 세웠다.

이처럼 현대·기아차는 하이브리드 개발과 출시를 서둘러왔고 그 배경에는 수입차 공세가 자리했다. 독일브랜드는 디젤차량을 앞세워 압박을 가했고 하이브리드 기술력이 뛰어난 토요타는 지난해부터 국내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수백만원씩 가격을 깎아주는 등 하이브리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 현대·기아차의 공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지난달 국내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은 전년동월 대비 34.3%, 전월대비 157.4%나 급증한 2274대다. 다만 '신차효과는 신차효과일 뿐 오해하지 말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듯 신차효과는 언제든지 갈수록 줄어들 수 있다.

특히나 지난해 7월 기아차 포르테 하이브리드에 이어 최근 국산 하이브리드의 원조격인 아반떼 하이브리드도 4년7개월 만에 판매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향후 출시된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어떠한 행보를 이어갈지는 알 수 없지만, 기분 좋은 출발을 이어가야하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친환경차 시장 선점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이제는 엔진개발 수준을 넘어 친환경차 무한경쟁 구도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대응해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성장가능성이 높은 친환경차에 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미지  
 
이런 가운데 하이브리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달라지고 있어 비록 경쟁사 토요타보다 10여년 늦게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맞장 뜰 기세'로 독자개발 능력을 강화해 현대·기아차만의 힘을 이어가야한다는 응원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경쟁업체들에게 미래 자동차시장을 이끌 친환경차 시장 주도권을 내주지 말고 국내 자동차 1, 2위 브랜드의 역량을 앞세워 '빠르게 추격하는 브랜드(fast follower)'가 아닌 '먼저 움직이는 브랜드(first mover)'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