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견서 없이 대의원총회…잡음 요란한 전남 화순농협

임원 무투표 당선 '대의원 무시' 비난 "조합장이 감사 거부?"

[프라임경제] 전남 화순농협협동조합(조합장 이형권)이 감사의 감사의견서 없이 대의원 총회를 개최하는 등의 일방적 조치로 말썽을 빚고 있다.

특히 전년도 결산에 따른 감사 기간이 남았는데도 조합장이 회계감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일부 대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게다가 대의원 투표로 구성되는 임원들도 조합장이 무투표 당선 공고를 내, 허수아비 임원진이라는 비난도 동반되고 있다.

화순농협은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문화센터 2층 대강당에서 100여명의 이사, 감사, 대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의원 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제41기(2013년1월1일~12월31일) 결산보고와 조합원 제명의 건, 상임이사 선출의 건, 조합원이여야하는 이사·감사 선출의 건 등이 상정됐다.

그러나 이날 총회는 감사 직인이 없는 감사의견서와 무투표로 당선된 이사 문제 등이 생겨 안건이 통과되지 못하고, 5일 대의원 총회를 다시 개최키로 했다.

이에 대해 정흥균 화순농협 감사는 조합장이 감사의 임기 종료를 이유로 감사를 거부했다고 밝힌 반면 이형권 조합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화순농협 대의원 총회 장면. 취재기자의 사진촬영 후 비공개를 밝혀 밖으로 쫓겨났다. ⓒ 장철호 기자

무투표 임원선거와 관련해 화순농협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15일 임원선거 공고를 내고 18일까지 후보 등록 후 1월27일(대의원총회 당일)에 투표하겠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화순농협은 임원들에 대한 대의원들의 찬반 의견없이 1월22일 이사와 감사에 대한 무투표 당선 공고를 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 조합원 이사에 등록한 후보 셋이 제비뽑기를 통해 2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는 전언이 들려왔다.

특히 화순농협 측은 비밀회의라도 여는 듯 대의원만 들여보내고 문을 봉쇄해 일반 조합원과 취재기자의 출입을 막았다.

정흥균 감사는 "썩을대로 썩었다. 하나도 제재할 수 없다. 조합장이 전권을 행사한다. 새롭게 감사를 해야 한다"면서 "조합장이 감사거부 했을 때 징계할 수 있는 감사법이 2013년 신설됐다. 대의원 총회를 열어 징계안을 상정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작년에도 결산 감사를 거부했다가 징계안을 거론하자, 그때는 (조합장이) '죄송합니다' 하더니 올해 임기가 끝나버리니까, '그런 일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면서 "기존 감사나 신임 감사 가운데 하나가 회계감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기영(77·화순읍) 대의원은 "원칙적으로 법적으로 감사의 직인이 없으면 무효"라며 "이 결산보고서는 다음에 다시 논의하기로 대의원 과반수 이상이 찬성했다"고 정 감사의 의견에 대해 말을 보탰다.

이와 함께 투표 임원 구성과 관련 "당초 임원 선거 공고에는 1월27일 대의원 투표를 통해 선출하겠다고 해서, 총회에 참석했는데 무투표 당선시킨 것은 대의원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비토했다.

이런 가운데 이형곤 조합장은 "감사 거부가 아니라 서로 간 합의가 된 것"이라면서 "내부 것(서면)에는 다 본인들 도장이 찍어져 있다. 어제 결산보고서는 인쇄를 해서 먼저 나간 것이라 그렇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사와 감사 선임과 관련해서는 "단수 후보였기 때문에 무투표 당선시킨 것"이라면서 "여성 조합원 이사의 경우 3분이 합의해서 2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