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어닝시즌이 돌아왔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또다시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꺼내들었다. 2013회계연도(4∼12월) 기준 주요 증권사 실적은 또다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증권사 영업이익은 개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증권업계 '빅5'로 불리는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가운데 세 곳만이 적자 행진을 면했으며 나머지 증권사들도 반토막 이익도 실현하지 못한 곳이 태반이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도 계속되는 업황 악화에 투자의견으로 '중립' 유지하며 섣부른 투자를 경계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영업 손실 645억8533만원을 기록, 2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영업 손실은 직전년 2조1493억원보다 14.4% 감소한 1조8405억원이었다. 이와 함께 대우증권도 적자로 돌아서며 360억원 영업 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적자를 면한 증권사들의 실적도 변변치 못했다. 삼성증권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직전년대비 83.69% 급감한 386억8860만원이었으며 우리투자증권 영업이익도 직전년보다 79.5% 줄어든 224억1061만원이었다.
대형 증권사 가운데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의 영업이익은 1014억1000만원이었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 감소했다. 더구나 증권사 지난해 실적은 2013회계연도 결산 월이 3월 말에서 12월 말로 변경됨에 따라 영업이익은 9개월분에 한한 것이다.
어닝쇼크에도 금융투자업계는 다소 덤덤한 분위기다. 거래대금 감소에 따라 실적 부진이 이미 예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거래대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의 주문 감소가 시장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강신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종에 대해 "낮은 수익성은 이미 투자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주 공매도 허용 이후 추가적인 밸류에이션 조정이 이뤄졌다"고 진단했다. 또 △삼성증권 △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등 6개사의 3분기 순이익은 739억원을 기록, 전분기대비 37.4%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개인투자자 거래대금 감소 원인이 가계부채 및 주거비용 확대, 상장지수펀드(ETF)의 성장과 같은 구조적은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는 "밸류에이션 회복시점을 예단하기 어렵고 금융상품 판매가 활성화되기에는 투자자들의 경기회복에 대한 확산이 부족하다"며 "상승 모멘텀은 제한적"이라고 귀띔했다.
향후 전망도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4일 윤태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증권업종 전망 보고서를 통해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과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올해 증권업 실적 개선 가능성을 낮게 본다고 밝혔다.
윤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주가가 반등해도 훼손된 투자심리가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 비중 감소로 과거와 달리 주가가 올라도 주식거래는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1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등을 포함 총 주식 거래대금은 5조5355억원으로 지난해 12월 6조2577억원보다 11.5% 줄며 지난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